법위배 반복 않도록 할 헌법수호 의지 결여…세월호참사 참혹하지만 ‘성실의무’ 헌재 판단대상 아니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대한민국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정사상 처음이다.
10일 헌법재판소는 8명의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 대통령에 대해 헌법·법률을 위반 근거를 밝히며 대통령직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2월25일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4년만에,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물러나게 됐다.
헌재는 이날 국회의 탄핵심판청구 사건 선고에서 ‘최서원(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규정하고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 피청구인(박근혜)의 언행을 보면 법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파면사유를 밝혔다.
또 헌재는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헌재는 세월호참사에 대해 ‘참혹하기 그지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참사당일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성실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며 대통령의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와함께 헌재는 선고에 앞서 국회탄핵소추 의결과정에 대해 “탄핵소추사실이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있다”며 “사실관계 조사 여부도 국회 재량”이라고 말했다. 또 토론없이 국회표결이 이뤄진 점에 대해서도 “반드시 토론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히며 헌재 재판관 8인으로 사건을 심리한 점에 대해서도 “8명이 심리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부터 헌재선고까지 전체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선고에 앞서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며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고 말해 헌재의 고뇌도 피력했다.
헌재의 파면 결정에 따라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은 최초의 부녀대통령 탄생,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청와대에 입성했던 박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 향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조사를 받게 됐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