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제주’
‘막막제주’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3.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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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사람의 한평생이 결코 길지 않은데, 무엇하러 그 악다구니 속에 들어가 부대끼고 귀를 더럽히며 아까운 세월을 허비한단 말인가.”

사자성어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출발점이다. 중국 후한 때 장해(張楷)라는 선비가 있었다. 학문과 도술에 뛰어난 장해는 조정에서 좋은 자리를 주려고 해도 극구 꺼렸다.

심지어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조차 꺼려 주변 5리를 안개로 덮어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게 했다. 그 안개를 ‘오리무(五里霧)’라고 했는데, 이게 지금의 오리무중이 됐다.

지금 제주가 오리무에 갇힌 꼴이다. 물론 제주의 지금을 감싸고 있는 이 ‘오리무’는 제주가 만든 게 아니다.

정부를 잘 따르다 마주하게 된 것으로, 오리무 속 제주는 막막할 따름이다. 앞으로 나갈 길은 물론 뒤로 물러날 길 조차 마땅치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한반도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공세에 제주가 큰 어려움에 빠졌다. 중국이 공세는 이제 시작일 뿐,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관광산업이 중심인 제주경제가 위기다.

 

#정부의 무기력

한반도 사드 배치문제는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정부는 그 때마다 북핵(北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드배치가 최선책이라는 논리를 펼쳐왔다.

또 이에 많은 국민들의 동의했고, 그 동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을 지지한 국민을 챙겨야하는 기본의무를 망각했다.

외교적으로 풀릴 문제라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결과는 ‘설마 했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연중 최대의 봄 관광시즌을 맞이한 제주가 엄동설한의 냉기에 갇힌 꼴이 됐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세계경제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대외교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 경제를 속속들이 파악한 뒤 ‘결단’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했다. 제주를 비롯한 각 지역의 실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사드배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이에 따른 중국의 반발을 당연히 예상한 뒤 분야별 충격을 최소활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라도 벌었어야 했다. 제주외국인 관광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면 그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은 연간 3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면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 부작용은 현실이 되고 있다. 업계는 기댈 곳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정치·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기대난망이다. 정부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되레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형국이다.

 

#지방의 역부족

“우리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정치의 중요성을 충분히 보고 배우고 있다. 만약 우리가 여전히 중앙집권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이 난국을 어떻게 버티고 나갈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본다. 지방자치가 정말 고맙게 여겨진다. 지방자치가 새로운 희망이다” 지난연말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이 도의회 정례회를 시작하면서 밝힌 개회사의 일부다.

이 상황에서 중앙정부야 더 말할 필요가 없고,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과연 뭘 했나 하는 질문이 당연히 따른다. 제주 관광시장에서 ‘중국 독과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따른 문제점 또한 그동안 한두 번 지적된 게 아니다. 그런데도 지방정부의 양대 축인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제주관광의 체질개선 문제를 알면서도 지나쳤다.

물론 민간산업의 고유영역에 지방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지방정부라도 한걸음 더 들어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막상 일이 터지자 제주관광의 체질개선과 관광시장의 다변화를 주문한다.

누가 보더라도 ‘속수’의 티가 난다.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곳은 결국 당사자인 관광업계로 돌아간다. 그런데 관광업계 조차 그동안 ‘호시절’에 너무 빠져있었다. 준비가 없었다. 이제 와서 누구의 탓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럽게 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분명한 것은 제주가 끝 모를 안개 속으로 가고 있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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