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에 제주여성의 현실
세계 여성의 날에 제주여성의 현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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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우리 헌법 가운데 가장 준수율이 낮은 분야가 남녀평등(平等)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 법적·제도적 장치는 상당히 진척됐지만 실생활에서 여성의 권리는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가부장적 문화와 남성중심의 사고 방식이 아직도 뿌리깊은 탓이다. 여성의 지위향상과 사회진출이 국가발전의 중대 조건이라는 인식도 매우 낮은 편이다.

어제는 109돌을 맞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1908년 미국에서 평등권을 요구하며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벌인 시위를 원점으로 삼아 해마다 양성(兩性) 평등한 사회실현을 다짐하는 이날, 제주 여성들은 오히려 우울했을 것이다. 여성들의 지위가 말로만 나아질 뿐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때문이다.

지표로만 본다면 여성의 지위 향상은 괄목할 만하다.

여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열 명당 8명 꼴이다. 또 사법·행정·외무의 3대 고시 등 주요 임용시험에서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는 일처럼 긍정적 신호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여성들의 분투·노력을 뒷받침해 평등사회를 앞당기려는 정책적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사회적 편견 역시 완강하다. 단적인 예를 제주도내에서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떠난 ‘경력단절’ 여성(15~54세)이 지난해 기준으로 1만6000명에 달한다는 통계청 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제주도내 15~54세 비취업 여성 3만명 중 53.3%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약진은 대학에 가는 딱 그 때까지다.

이렇게 여성들의 절반이 출산과 육아로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대학졸업 이상 고학력 여성의 취업률이 꼴찌에 머물고, 남녀간에 임금 격차 역시 최악이 된 것이다. 여성들이 사회 진출에 좌절하고 능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나 지역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저 출산율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기에 맞서는 최선의 해법도 바로 여성인재의 적극적 활용이다. 그러자면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그치지 말고, 정서적으로 관행적으로 나타나는 성(性) 차별을 해소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직장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수 있는 가족친화적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휴직제도와 육아지원제도, 탄력근무제도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출산과 육아 등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여성이 재취업하려 할때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더불어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우리나라에서도 1985년부터 매년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여성권익이 확충돼 신문이 ‘여성의 날’을 알리는 기사를 싣지 않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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