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극기
두 개의 태극기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7.03.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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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지난 1일 기자에게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슨 3·1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는 곳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 걸려있는 태극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 시민은 “일제의 총칼에 맞서 싸운 선열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태극기를 달지 않는 시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날 만난 기자의 지인은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았다고 했다. 태극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의 상징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지난 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성인남녀 3022명을 대상으로 3·1절 태극기 게양 여부 등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1280명(42.4%)이 “태극기를 보고 불편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그 이유로는 “특정 집단의 상징물인 것처럼 느껴져셔”(68.3%), “태극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느낌이 들어서”(68.2%) 등이 꼽혔다. 

태극기에 대한 불편한 감정으로 인해 3·1절에 태극기를 게양하겠다는 시민은 3022명 중 1738명 (57.4%)에 불과했다.

시민들이 국기(國旗)인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까지 거북하게 느끼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의 ‘태극기 집회’가 한 몫을 했다.

지난달 26일 제주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도 “슬픈 태극기 세력이 교만한 촛불 세력을 이길 것”이라던가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에 뿌리 깊게 퍼진 암세포를 치유하려다 암세포들의 공격에 탄핵 당한 것”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 쏟아졌다.

이처럼 태극기가 시위의 도구로 쓰이면서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려야 할 국경일마저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더 이상 태극기가 둘로 나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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