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 속으로
걸어서 세계 속으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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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중문고등학교 교사

[제주일보] 따뜻한 방에서 군고구마 먹으며 3박 4일 텔레비전을 즐긴다. 평소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몰아서 보기가 좋아서이다. 제목은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다.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자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만남, 지역의 문화, 역사, 음악, 예술 삶의 방식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돈도 안 들고 몸도 피곤하지 않아 참 좋은 세계 공부 시간이 된다.

교사의 특권 중 하나인 방학은 세계 속으로 직접 참여할 수 있어 행복하다. 흔히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고 하는데 교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어서 좋다.

이번 겨울 방학을 맞아 사랑하는 둘째 아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열흘이라는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이번 여행은 더욱 흥미로웠다. 남자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면서 생활 속에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산다. 아들의 고민과 진로에 대한 속내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평소에 여행을 잘 다니는 나는 현지식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별 준비 없이 떠나지만 이번 여행은 해외여행을 처음 경험하는 둘째 아들이 잘 먹지 못할까봐 햇반, 컵라면, 고추장 등을 준비하였다.

여행코스는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4개국을 둘러보는 7박 9일의 일정이었다. 10년 전 4개국을 다녀올 당시 300만원의 금액에 혼자 여행을 다녀왔는데 요즘은 해외여행객이 많아 두 사람이 320만원으로 예약이 가능했다. 물가대비 10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너무 싸게 책정된 금액이라 여행이 극기 훈련수준이라는 예감이다. 실제 제대로 고생하였다. 영국으로 직항하면 13시간이면 될 거리를 카타르항공을 이용하여 도하로 경유하니 18시간이나 걸렸다. 제주에서 서울코스까지 포함 2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영국에 도착하였다. 아들에게 “힘들지? 여행은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시간 모두 포함하여 기다리고, 타고, 여유롭게 함께하는 사림들과 음식을 먹고, 즐기는 거야” 했더니, “엄마, 비행기 안에서 3끼를 먹었어요. 전 좋아요”라고 답한다. 기내식도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런던에 도착하여 대영박물관, 하이드 파크, 국회의사당, 버킹검궁전, 웨스터민스터 사원 등을 둘러보고 영국 신사처럼 거리를 누벼보기도 하며 첫날을 보냈다. 프랑스에서는 달팽이 요리도 먹어보고, 영국과 프랑스의 바다를 연결했다는 유로스타도 타 보았다. 바다 속인지 전혀 밖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직접 경험해 보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나폴레옹의 개선문, 슬픈 역사의 콩코드 광장, 아름다운 가로수와 낭만을 대표하는 상제리제 거리,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세계문화유산 루브르 박물관도 돌아보았다.

프랑스에서 아침을 먹고, 스위스에서 점심을 먹고, 이탈리아에서 저녁을 먹는 하루도 있었다. 스위스를 너무 짧게 보고 와서 아쉬웠지만 유럽이라는 문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음식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이탈리아에서 먹어보는 파스타와 한국식 입맛에 맞춘 파스타의 차이를 경험해보며 마트에서 이탈리아 향신료를 구입해 오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역사 문화체험은 시티투어라는 옵션으로 가능했다. 여행도중 버스 안에서 50년 전 영화 로마의 휴일도 즐겼다. 아들 아이 외에 청소년이 7명 정도 있었는데 모두 그 흑백영화를 보며 감동받는다. 다시 봐도 감동의 명화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 밀라노 두우모 성당, 라 스칼라 극장을 돌아보고, 2000년 전 베수비오스 화산폭발로 화산재에 덮인 비운의 도시 폼페이 고대도시, 아름다운 소렌토, 산타루치아 항구, 바티칸 박물관, 트레비 분수, 피렌체, 베니스를 돌아보았다.

걸어서 세계를 여행하든, 방안에서 편안한 여행을 하든 여행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떠나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보너스였다. 어리게만 보이던 아들이 의젓하게 나의 짐까지 챙기면서 든든한 옆자리를 채워 주었다. 다음에는 용돈을 모아 배낭여행에 도전해 보겠다는 아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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