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먹통'에도 '디도스' 운운하는 교육청
사이버 '먹통'에도 '디도스' 운운하는 교육청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0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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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정보화 시대의 중심은 인터넷이다. 학교와 지역사회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당연히 인터넷을 통한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새학기를 시작하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도내 187개 초·중·고교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다.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아이들의 등교 준비물을 확인하려고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계속 접속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학교에 전화를 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학교 홈페이지는 제주도교육청이 담당하기 때문에 교육청에 전화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딸의 새학기 반(班) 배정을 확인하려고 했던 학부모는 여러차례 접속이 실패하자 같은 학부모들과 서로 연락하면서 홈페이지 이상 사태를 알았다. 이쯤되면 학부모들의 짜증이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고, 이런 학부모의 불평을 들어야 하는 학교의 사정도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도 마찬가지로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물 등록을 하지못해 새학기 업무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결국 새 학기 3일 동안 학부모나, 교사들이나 하루종일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애를 먹었다는 얘기다.

도교육청은 1월에 홈페이지 디자인 웹 접근성, 호환성 등을 개선하면서 프로그램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데, 그런 해명은 궁색하다.

그게 주 원인이라면 1~2월에는 왜 이런 일 없었는가?

우리가 보기에 학교 홈페이지들이 먹통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사이트가 처리 가능 이용자 수 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가 사이트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교육청은 특정한 시기에 이용자가 몰릴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서 당연히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해커들의 ‘디도스 공격’ 운운하면서 엉뚱한 소리를 며칠 간 했다고 하니 참 기가 막힐 일이다.

물론 사이트 마비를 예방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특히 수십, 수백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공인사이트들은 사이트 마비를 막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먹통’이 된 학교 사이트들은 평소 접속자수가 많지 않지만 특정 시기에 많이 몰리는 사이트다.

당연히 해당 일에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 마땅하다. 교육부의 학교 홈페이지 구축 및 관리지침도 교육수요자의 접근과 이용 편리를 제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학부모들을 하루종일 사이트 앞에 매달리게 만들면서 어떻게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이라고 말 할건가. 

사이트의 겉멋에만 치중해 미사(美辭)나 장식할 게 아니다. 서버 증설과 같이 학부모,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 진짜 ‘배려와 협력’의 교육행정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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