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제주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03.0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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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미래 비전인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잘못된 만남’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내 ‘지속가능 제주발전 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경륭 한림대 교수가 지난달 22일 특위 정책토론회에서 내린 진단이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아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진두지휘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보좌한 핵심 브레인으로 평가받는다.

돌아보면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첫 출발지는 제주특별자치도였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 1년 뒤인 2007년 9월에 첫 삽을 뜬 서귀포혁신도시 기공식은 전국에서 처음 이뤄낸 공공기관 이전의 신호탄으로 기록됐다.

기공식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균형발전 정책은 참여정부의 상징적인 국가발전전략으로, 우리 국토를 새롭게 재편하는 대역사”라며 ‘지방도 잘 살 수 있는 시대’를 천명했다.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었던 성 교수도 자리를 함께 해 혁신도시 지원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성 교수가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주도했다면 노 대통령의 지방분권 정책을 총괄한 핵심 브레인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다. 그는 노 대통령의 연방제 수준의 제주특별자치도 구상과 관련해 실질적인 자치분권 분야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특별자치도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관심과 애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특별자치도를 평가하는 시선은 엄연히 다르다.

대표적인 게 특별자치도 출범과 맞물려 자치 시·군을 없애고 광역 지자체로 개편한 행정체제에 대한 견해차다. 김 교수는 지난해 7월 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을 맞아 제주에서 가진 특별강연에서 “단일 행정체제로의 전환은 제주도 발전을 위해 긍정적이며,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면 된다”며 현행 체제 지속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성 교수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기초지자체 폐지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주민 주권은 생략된 채 사람과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개발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기초지자체 부활 필요성을 피력했다.

강연 내용 전체의 맥락을 살펴보면 모두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견해이며, 부분적으로 공감되는 내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참여정부 정책을 총괄했던 책임자로서 같은 사안을 두고 상반된 시각차에 대해 도민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10년 넘게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를 취재해오면서 내린 결론은 국가 정책으로 입안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되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논란들은 결과적으로 지역에서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겉돌게 되는 잘못된 현실이다. 참여정부와 더민주 모두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으며, 특별자치도 동력을 시들게 만든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비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개발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는 시나브로 제주의 최대 강점이자 차별화 요소인 ‘청정환경’을 위협할 정도로 각종 부작용을 쏟아내고 있다. 넘쳐나는 쓰레기와 오수, 한계치를 넘어선 교통난과 주거난 등의 현실은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가 지속적인 제주의 미래 비전으로 유효한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국제자유도시에서 내걸었던 다변화 사회는 오히려 크고 작은 새로운 갈등과 함께 제주섬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면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제주의 가치를 위협하는 이 같은 문제들은 지금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도민 스스로 달라진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도민 역량을 결집해 각종 현안을 풀어내야 하는 게 미래 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라는 비전도 의미 없을 뿐만 아니라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제주의 미래 비전은 ‘지속가능한 환경’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도시계획적 접근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를 꿈꿔야 한다. 그 속에서 ‘사람 사는 섬 제주’를 만들어가야 미래가 있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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