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정책 속 남성중심사고
양성평등정책 속 남성중심사고
  • 홍수영 기자
  • 승인 2017.03.0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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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홍수영 기자] “‘유관순 누나’라고 말했다가 학생에게 혼났어요. 유관순 열사라고 부르는 게 맞습니다.”

최근 방송가에서 역사 선생님으로 활약하고 있는 설민석 강사의 말이다.

기자는 ‘유관순 누나’라고 기록된 교과서를 보고 배웠다. 언제부터 누가 왜 누나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교과서도, 선생님도 누나라고 부르니 그녀는 나에게 ‘누나’가 되었다.

역사는 지배층인 남성중심으로 흘러왔다. 이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몇몇의 열사를 교과서에 담는 과정에서 유관순 열사는 자연스럽게 누나가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사회에 남성중심의 시각이 내재화되어 왔고, 현재도 우리 모두가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시집가려면 밥은 할 줄 알아야지”라는 말이 자유롭게 오가고, 생리휴가는 특별한 복지인 것처럼 여기는 사회가 아닌가.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보자.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자신보다 학력·소득이 낮은 배우자를 택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여성=출산’으로 규정해 놓고는 저출산 현상을 고학력·고소득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양성평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사업을 보면 ▲제주형 수눌음육아나눔터 ▲중고령 여성 시간제일자리 지원 ▲모성보호 및 여성건강 증진 지원 등 육아와 경력단절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성차별과 남성중심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남성 대상의 지원 시스템은 전무하다. 여성을 출산과 육아의 범주에 묶어놓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여성의 어떤 불편 해소를 위한 지원만 해주면 된다는 남성중심의 시각이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양성평등사회는 곧 ‘여성이 아이 낳기 좋고 퇴근 후 육아하기 좋은 사회’가 아니다.

양성평등정책의 이정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이유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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