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보물섬' 제주 가치 보전, 범도민적 노력에 달렸다
청정 '보물섬' 제주 가치 보전, 범도민적 노력에 달렸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3.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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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제주일보] 입춘(立春)이 지나면서 며칠 동안 최저온도가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우리의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을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지난해 기습 한파가 자꾸 떠올려지는 우리네 농촌에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계절의 시계는 쉬지 않고 봄을 향해 째깍거린다.

경칩을 눈앞에 둔 정원에는 혹한을 이겨낸 매화가 만개하고 돌 담밑 수선화도 소박한 꽃을 피우면서 향기를 내뿜고 이제는 봄이 문밖까지 와 있음을 알리고 있다. 더불어 월동작물의 수확이 끝나가는 농촌마을은 지난 겨울에 유례없이 좋은 가격을 유지했던 감귤의 얘기, 치밀한 영농계획과 다짐으로 다시 한 번 풍성한 수확과 안정적인 농산물 가격을 기대하는 대화를 하며 구멍가게에서 막걸리 한사발도 즐겨본다.

지난달 초 중국인 관광객들이 함부로 버린 면세물품 포장지가 제주공항 국제선 대합실을 가득 메웠다는 기사를 보면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가 쓰레기 처리에 몸살을 앓고 있고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돈도 꼬이지만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식이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관광객의 숫자와 정착이주민의 증가로 이미 제주도는 예견된 문제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단순히 쓰레기 문제뿐만이 아니다.

교통·도로·주차·상하수도·토지·생태·환경 등…. 제주도가 경험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돌출되면서 우리의 행정력이 거시적인 계획과 대책보다는 임시방편적인 땜질식 행정이 될 수밖에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주민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혐오시설(?)에 대한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어느 누구도 제주도가 떠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핌비(please in my backyard)’를 외치는 주민들이나 마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선택된 땅에 살고 있다는 강한 자긍심을 유지하고 청정한 보물섬의 가치를 지키려면 행정력만 가지고 지켜나간다는 것은 어렵다. 도민들이 같이 고민하고 조금씩 나눠 가진다면 결코 어려운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도정에서는 형식적이고 선언적인 공감대가 아닌 도민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대두되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대안 제시가 공유돼야 할 것이다.

아직도 제주도에는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있는 쓰레기가 처리장에 2만5000t 이상 쌓여있다고 한다. 제주도가 지난해 중반부터 전 행정력을 동원해 쓰레기 저감정책이라고 홍보하고 시범운영하면서 많은 도민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는 결코 성공적인 정책이라고는 볼 수 없다. 시청 회의실에는 쓰레기 배출이 감소됐다는 실적표가 읍·면·동별로 그래프로 그려져 아직도 눈에 보이는 성과에 연연하고 있다는 모습에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원천적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환경은 생활쓰레기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우리 생활에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품들이 다 잠재적인 쓰레기인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벨기에와 독일이 가연성 쓰레기(SRF)를 고형연료로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완전 연소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모습은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충남 서산의 대산지구에는 하루 520M/T(메트릭톤·1000㎏을 1t으로 하는 중량단위)의 가연성 쓰레기 처리를 통해 29㎿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왜, 제주도는 쓰레기처리장에 그런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물론 얄팍한 상식밖에 알지 못하는 필자는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당국자들의 고충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행정과 도민 그리고 기업들이 그 짐들을 조금씩 나눠진다면 우리 도정이 도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행정에 더 큰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봄의 문턱에서 골치 아픈 문제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도시 소비자들과 농촌 생산자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상생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1사1촌 맺기가 불붙듯이 전국 농촌마을에 번졌었다. 서로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마을회관 한켠에 멋있게 진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많은 기업과 마을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당초에 의도했던 결실을 맺는 곳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촌마을에 큰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과 마을들이 있어 포근한 봄날을 기다리는 농촌마을에 따뜻함을 더해준다.

2009년 1사1촌을 맺은 ㈜벤타코리아(대표 김대현)와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이장 이승훈)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연을 맺고서 기업과 마을이 많은 교류와 토론을 통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적 테크닉을 친환경적이고 품질 좋은 농산물에 접목해 ‘무릉외갓집(대표 김윤우)’이라는 꾸러미 사업을 만들어 냈다. 지속적인 고객 관리와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 생산이라는 농촌마을 사람들의 의지가 모아져 마을기업의 롤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매년 기업에서 전 임직원이 마을을 찾아와 마을에서 체류하면서 농촌마을 주민들과 하나가 되는 잔치를 하고 그 안에서 더더욱 발전된 논의들을 전개하는 모습은 농촌마을에서 농촌활동을 하는 필자에게도 큰 용기와 희망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처럼 느껴진다.

대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농촌과 하나가 되고 무엇인가 나눠주고 돌려주고자 하는 ㈜벤타코리아의 임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어떠한 경우도 고객들에게 감동과 만족을 더하려고 하는 무릉2리 무릉외갓집 구성원들의 노고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이 혼돈의 시대를 함께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흔들림 없이 마을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래도 아름답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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