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生이 아니라 學生이어야 한다
先生이 아니라 學生이어야 한다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2.26 18: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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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요즘 종편TV는 이른 바 정치평론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과 말로 날이 선다. 어떤 때는 그들의 목청과 핏대가 말이라기보다는 악다구니에 가깝다. 정치뿐인가. 경제·사회·문화 다른 부분도 별반 다르지 않다.

TV 자막에 무슨 무슨 기관, 대학 연구소 높은 사람으로 소개되고 여기다가 ××박사 등을 더 붙인다. 이들은 희안한 특징이 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속으로 “너나 잘해 임마”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은 우리 사회의 ‘선생증후군’에 대한 불편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권력을 잡을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완장’을 겹쳐 찰수록 ‘배우기보다는 가르치려는’ 선생증후군에 매몰됐다.

배우고 듣기에 앞서 가르치고 말하려다 보니 시대착오적 ‘훈수(訓手)’와 천박한 말이 난무하고, 시비에 시비를 더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 그 근원도  늘 배우려는 ‘학생(學生)의 자세’를 잃어버린 것과 무관치 않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제사를 지낼 때 써붙이는 지방(紙榜) 중 한 가지다. 이 지방 속 ‘학생’은  ‘벼슬을 하지 않고 평생 배우기만 한 사람’을 뜻한다. ‘평생 배웠다’는 고인(故人)의 겸손함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의 선생증후군과 대비된다. 이런 지방을 써붙였던 선인들의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평생 배울 일의 무게를 달아보면 어느 누구도 ‘가르치겠다’는 말을 선뜻 입에 올리기가 어려울 듯싶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가르침과 배움의 역전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래로부터, 낮은 곳으로부터 배워야 할 일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중앙부처는 지자체로부터, 도지사는 주민들로부터, 상호 위치가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와 공무원들을 향해 “참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비아냥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아냥은 이쪽만 아니다.

공무원들은 시키는 일만 하고, 기자들은 .불러주는 것만 쓴다고 한다. 또 제주시나 서귀포시는 제주도가 시키는 일만하는 ‘하청공장’이라고 한다.

▲지난 23일과 24일 이틀간 열린 ‘관덕정 광장 및 서문 복원에 대한 주민 토론회’와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선생’은 많고 ‘학생’은 없었다. ‘관덕정 토론회’에서는 “(행정이)답을 만들고 나서 맞춰나가다보니 주민들이 황당한 것”이라는 주민들의 말부터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비민주주의적”이라는 항의까지 나왔다.

“(자기들 생각대로)답을 정해 놓고 가르치려 한다”는 얘기다. 그런 결과 서문통에서 중앙로터리까지 주민들이 “반대, 반대” 대자보들을 붙여놓아서 이 역사의 거리가 “반대자들의 거리”가 됐다.

‘쓰레기 토론회’의 상황도 마찬가지.

“주민토론회라고 했는데 패널들은 높으신 분들만 모여 말씀하시는 것 같다”는 항의에서부터 “정작 토론회 참석을 원했던 사람들은 오지 못했다”고 주민들은 반발했다. 사실 이날 토론회는 언론에도 개최 당일 오전에야 알리는 등 일반 주민들에게는 거의 안 알렸다고 한다.

▲이 두 가지 토론회 사례는 제주사회에 ‘학생’은 없고 선생증후군만 심하게 앓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 제주사회의 선생증후군의 그 정점에는 도지사가 있다. 원희룡 지사의 우수(優秀)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지사나 교육감이나 시장이나 “선생이 아니라 늘 학생”이어야 한다. 도민으로부터, 민심과 여론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역대 제주도지사들이 성공한 도지사로 평가받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학생이 아닌 선생을 자임했기 때문이다. 

내년은 지방선거의 해다. 선량(善良) 후보들은 지방 속에 쓰는 ‘학생’의 의미를 곰곰 되새겨볼 일이다. ‘학생’ 대신에 ‘도지사’‘교육감’ ‘도의원’ 등을 먼저 써넣을 희망이라면 본인은 물론 지역사회와 도민 모두가 불행해진다.

공자는 ‘인이불학(人而不學) 기유정장면이립(其猶正墻面而立)’이라는 말로 면학(勉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마주보고 서 있는 담벼락처럼 꽉 막힌 미련퉁이가 된다’는 뜻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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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니엘 2017-03-02 01:17:40
지당하신 말씀 잘 읽었습니다.
이 땅에 지도자들이 섬기는리더십으로 스타일을 바꾸었으면...

애람 2017-02-27 10:24:01
늘 낮은자세로 배움을 잃지 말고 학생으로써의 마음으로 다가가도록 노력하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