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
선한 의지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2.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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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헌법재판소가 22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을 오는 27일로 결정하면서 탄핵 심판이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정치권은 탄핵 인용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벚꽃대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핫’한 인물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발언이 연일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안희정의 즉문즉답’ 행사에서 “그 분들(이명박 전 대통령·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던 것”이라며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K스포츠·미르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뒤“그것이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비판과 비난이 일었고 그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이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애기하면서 그들이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선의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가 누구 조롱하려 하는 말 아니다’는 비유와 반어에 청중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라며 “어떤 선의라도,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게 저의 진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정치인에게는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과”라며 “그 결과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더구나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와 관련해 “우리는 하나의 팀원이다. 팀원의 한 사람으로서 경계선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안 지사가 선의로 한 말이라고 믿고 해명을 믿는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담겨있지 않고 빠져있으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다.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저한테 버릇이 돼 있다”라며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을 땐 나도 열 받지만, 지도자로서의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나느냐”고 반문하며 ‘선의 공방’이 ‘분노 논쟁’으로 번졌다.

이 논쟁은 안 지사가 지난 21일 “마음 다치고 아파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제가 그 점은 아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정치가 진영논리에 빠지면 그 기능을 멈추게 된다.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게 되면 토론과 설득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모든 결정을 했다는 ‘선한 의지’를 믿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선한 의지가 개인의 성향과 자기이익과 연결된다면 ‘선(善) 의지’로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칸트는 ‘개인이 단지 그런 종류의 행동을 하기 좋아하므로 또는 그 행위를 하면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옳은 것을 행한다면 그에게 있어 도덕적으로 칭찬할 만한 점이라고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결과가 좋더라도 그 동기가 순수하지 못 하면 그 의도를 ‘선 의지’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의도도 순수하지 못 했고 그 결과도 좋지 못했다. 이를 아무리 반어와 비유라고 하지만 ‘선한 의지’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이다.

기자는 안 지사의 ‘선한 의지’를 믿는다.

하지만 정치는 언어의 파노라마이다.

아무리 자신의 의도가 옳다하더라도 그 의도를 국민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선문답이 돼서는 안 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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