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머님의 은혜
아! 어머님의 은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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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 제주동서문학회장

[제주일보] 설원을 달려온 새해 2월의 오후, 101세 된 지인의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급히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식장엔 많은 조문객들이 와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자식들은 모두가 눈이 부었다. 팔순이 다된 큰 아들은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통곡을 한다. 어머니가 살 만큼 사셨는 데도 슬프게 통곡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들 삶이 무겁지 않은 사람이 없으련만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그동안 어머니의 세월풍파의 삶과 다하지 못한 효도 때문이리라.

그렇다. 어머니가 100세가 넘도록 살았다고 하지만 궁핍했던 시절, 자식들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하며 그렇게 살아 온 부모님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어버이 깊은 은혜 무엇으로 표현하랴. “어버이를 업고서 수미산을 백번 천 번 돌다가 뼈가 닳아서 골이 흐른다 해도 오히려 어버이의 은혜는 다 갚을 수 없다”라는 부처님의 설법처럼 자기의 뼈를 갈아 봉양하더라도 어머니 은혜는 다 갚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인에게 모친이 100세가 넘도록 살아온 비결을 물었다. 남편이 일찍 돌아가시자 다섯 자식들을 먹이고 공부시키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을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자식들이 말리는 데도 90세가 지나서까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밭농사는 물론 힘든 일을 도맡아 해왔던 것이 어떻게 보면 운동되어 건강하게 오래 살았지 싶다고 한다. 문득 지금은 병석에 누워 계시지만 젊은 시절부터 홀몸 되어 자식들만을 위해 사셨던 필자의 어머니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어머니 하고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미어지고 뭉클해진다. 자식 하나 낳을 적마다 천개의 칼로 찌르는 듯, 만개의 창으로 가슴을 쑤시는 듯 고통과 함께 서말서되의 피를 흘리시고 여덟 섬 너말의 젖을 먹여 주셨던 어머니. 자식이 팔순이 되어도 늘 자식걱정에 잠을 청하지 못하고 편히 쉴 날 없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지 싶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돌아가신 뒤에는 아버지와는 달리 뼈가 검고 가볍다고 했다.

인류는 시작과 끝을 두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순환토록 하였지만 정으로 살아온 부모나 주위 사람들이 떠난다는 것은 슬픔과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 새해를 맞았다. 이 새해에 ‘전미개오(轉迷開悟)’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미망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든다”는 불교용어다. 누구나 시작 앞에선 희망적이다. 한탄과 비관이 아니라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 새해에는 올바른 것을 깨닫고 맑은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 본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추구해야 하는 인생의 목적이기도 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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