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친구'와 '시험'에 대하여
청소년기의 '친구'와 '시험'에 대하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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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청소년기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표현이 ‘자아정체감이 확립되는 시기’이다. 과연 자아정체감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자기의 정체에 대한 생각,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사실 자기를 찾아야 할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부모가 없다든지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의 정체감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지내는데 별 무리가 없고 특히 그러한 느낌을 깰 만한 외부자극도 없다.

하지만 청소년기가 되면 몸이 확 달라지게 되면서 자신이 문득 낯설어진다. 이 때 자기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에 몰두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몇몇의 현상들이 있다. 지나치게 남의 눈을 의식한다던지, 나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개인적 우화를 보인다던지 부모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화장, 옷차림 등을 한다던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 중에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친구따라 강남가기’이다. 왜 이 시기에 아이들은 유난히 친구들에게 몰두하는 것일까? 아동기까지는 주로 아이들이 동일시 하고 싶었던 존재가 부모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스스로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동경이 점점 옅어지게 된다. 부모들의 단점도 보이게 된다. 이 틈사이를 선생님, 친척, 친구들이 메우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변에서 발견하는 어른들은 많지 않고 대부분 친구에게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참 친구들에게 몰두하는 아이를 무조건 혼자 지내라고 할 수도 없고 특히 부모가 보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를 사귀고 있을 때 부모의 마음은 애타게 된다. 이 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아이가 어떤 필요에 의해 그 집단에 들어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아이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파악했다면 그 다음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집단에 소속되어 보는 경험’이다. 즉 무조건적인 분리, 격리만을 바라지 말고 가족이 함께 한가족이라는 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감을 찾아 아이가 한 집안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만약 가족이 이런 경험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건강한 청소년들이 있는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또래, 즉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즐거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준다면 그 속에서 아이들은 만남을 통해 자극을 받고 그 유대감 속에서 불안을 덜어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건강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청소년기 자녀들이 또다른 고민은 ‘시험’이다. 이 시험 앞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배운 것에 대한 평가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불안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충분히 시험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준비를 한다고 해서 불안이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녀들이 시험 앞에서 불안감을 느낄 때 부모들 역시 안타까움을 느끼며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그 방법을 잘 몰라 자녀와 함께 더 큰 불안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을 경험한다. 자녀가 유독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을 때 부모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시험을 앞두고 불안한 아이들은 안절부절하며 두통, 복통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가짐을 점검’하는 일이다. “시험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마음이 있는지 살펴보고 만약 그러한 마음이 있다면 부모든 자녀든 버려야 한다. 사실 실패가 시간이 좀 지나서 보면 약이 되고,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인생에는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늘 있기 마련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시험에서 오는 불안이 ‘나 혼자만 느끼는 불안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누구도 시험 앞에선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니고 모두가 다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시험지를 받았을 때 평소에 자신에게 하는 격려-잘될거야. 아자아자 화이팅 등- 글을 써놓는 것도 자기 암시의 방법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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