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벚꽃 ‘廢族(폐족) 부활’의 花信(화신)일까
올 벚꽃 ‘廢族(폐족) 부활’의 花信(화신)일까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2.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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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올해 봄꽃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1~4일 정도 빠를 것이라고 한다.

노란 개나리는 다음 달 13일 제주에서 첫 꽃망울을 터뜨리고 분홍 진달래는 개나리보다 하루 이틀 늦게 피겠다고 한다.

올 봄엔 벚꽃도 어느 해보다 더 흐드러질 것이다. 봄이 절정에 달하는 4월말 5월초에 대선이 있을 것 같다고 하니까. 언론도 벌써 ‘벚꽃 대선’이라 이름을 붙여놓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봄나들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서는 봄은 봄이되 봄이 아닌 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될 지도 모르니까.

추사(秋史) 김정희는 새봄을 맞으며 “봄이 짙어가니 이슬이 많아지고 땅이 풀리니 풀이 돋아난다(春濃露重 地暖草生)”며 향기 은은한 난초를 그렸지만 우리동네 서사라 전농로의 벚꽃을 보며 벚꽃대선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제주대학교 입구와 애월읍 장전리 벚꽃도 아름답지만 전농로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벚꽃대선의 화두는 ‘공정한 사회’다. 여당이나 야당, 우파나 좌파를 가리지 않고 공정사회를 외치고 있다. 사실 ‘공정한 사회’라는 의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때를 가리지 않고 추구해왔는데 최순실과 정유라 사건이후 새삼 사회적 유행어가 되었다.

대선 후보들도 너도 나도 ‘공정’을 내걸고 있다. 그렇다면 머잖아 공정한 사회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는 대해서는 적잖은 사람들이 회의적·냉소적 시각을 보인다.

공정성의 가치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현실 사회에서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정의(正義), 도덕(道德), 선(善), 희망(希望)이 넘쳐나서 불의(不義), 부도덕(不道德), 악(惡), 절망(絶望) 등을 몰아내주기를 갈망하지만 그 가치의 실현은 참 어렵다.

그 실현을 어렵게하는 가장 큰 문제가 남에게 공정을 말하면서도 “나는 아니고”하는 인식과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정한 사회의 기본은 간단하다.
법치(法治)에서 출발한다. 공적인 영역에서 특정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나 연고주의 등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면면은 어떤가. 불법·편법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정치인 또한 적지 않다.

당당하게 공정한 사회를 말 하자면 위선을 버리고 정직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벚꽃 대선열차엔 과연 공정한 사회를 화두로 내세울 자격이나 자질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인사들이 많다.

선거판이 코미디가 될까 두렵다.
또 공정을 말하면서 기득권층에 대한 무조건적 적개심을 표출하는 건 무슨 이유인가. 지위나 재산 등 에 대해 그 성취 자체를 죄악시하고 강제로 빼앗아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또다른 형태의 불공정이다.

▲벚꽃의 꽃말이 순결, 담백이어서 그럴까. 벚꽃은 언제나 마음 한 켠을 아리게 한다.

공평하고 바른 사회를 만들자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대와 이념을 넘어서는 불변의 가치다.

그런데 흔히 “꽃처럼 아름답게 살자”는 미사(美辭)가 때론 두려움의 대상이 되듯이 ‘공정’이란 의제를 말할 때도 벚꽃처럼 언제나 마음 한 켠을 아리게 하는 무언가 있다. 공정은 ‘균형’과 그 기본정신이나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사회전체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자는 것이다.

벚꽃대선을 향해 달리는 주자 가운데 지금 1, 2위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다.

이 두 사람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노무현 정권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핵심 가치가 균형, 즉 공정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이 두 사람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아무 근거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은 한 때 스스로 ‘폐족(廢族)’이라고 했었다.

올 벚꽃이 폐족의 부활을 전하는 화신(花信)이 될지는 이제부터 봐야 한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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