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맞은 제주들불축제 거듭 나기를
성년 맞은 제주들불축제 거듭 나기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1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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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지역축제의 일차적인 목표는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 지역을 홍보하는데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능동적 참여 여부가 그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들에게 단순한 ‘구경꾼’의 역할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축제를 꾸려갈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주민들을 위한 배려가 축제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족하거나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알아서 ‘좋은’ 행사를 할 테니 와서 구경이나 하라는 식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간을 늘리고 일정 정도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신명의 판으로 살아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축제행사가 팔짱만 낀 관객만을 요구하고 있으니 ‘남들의 잔치’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올해 ‘제주들불축제’가 성년(成年)을 맞았다.

제주시는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들불축제 추진계획을 공개하고, 이 축제가 제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내는 대표축제로 거듭날 것을 천명했다.

우선 이 축제는 서막을 여는 전야제에서 탐라국 시조의 탄생 신화가 깃든 삼성혈에서 제례를 올려 만들어진 불씨를 채화한다. 삼성혈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성에 비춰볼 때 삼성혈 ‘들불 불씨채화’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다음 연결 프로그램이 없다.

불씨를 채화해 시청으로 옮긴 후 축제 개막일에 주행사장인 애월읍 새별오름까지 마치 전도체전처럼 거리봉송을 통해 들불의 의미를 부각시킨다고 하는 데, 삼성혈 채화의 콘텐츠를 살리는 데는 기획력이 부족한 느낌이다.

불은 인간문명과 함께 한다. 인간은 불을 얻어 어둠을 밝히고 만물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들불은 사람이 통제하기 시작한 초원의 불이었다.

삼성혈의 역사문화성과 제주도민들의 불 이용을 연결해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불놓기 주제공연도 좀 더 지역적인 특색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오름 정상에서 펼치는 세계 유일의 ‘화산 쇼’란 것이 과연 들불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기획력의 부족으로 어느 나라에서 본 듯한 그렇고 그런 행사와 비슷하게 판을 벌이는 것 같아서 이 축제의 식상함을 더해줄까 우려된다.

축제일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하기 바란다.

성년을 맞은 제주들불축제가 신명의 한 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아울러 매해 지적되고 있지만 축제현장 주변의 교통문제와 특화돼 있지 않은 먹거리와 비싼 가격 등도 이번에는 다 잡아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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