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심(治心)-마음 다스리기
치심(治心)-마음 다스리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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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 한의사

[제주일보] 일체유심조라고 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행복은 대부분 내면의 문제이다. 자그마한 말과 생각과 행동이 쌓여 행·불행이 갈린다. 좀 더 먼 곳에, 남들보다 일찍 다다르면 높은데서 내려다보며 지낼 것이라 착각하여 성공을 위한 터널을 만든다.

한 곳에만 정진한다고 하지만 실은 두루 살피지 못함의 다른 말이다. 바깥에 무엇이 있는 지에는 관심이 덜하다. 그러나 목적지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터널 끝에 닿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자신에게, 서로에게 최면을 건다. 그렇게 좁고 어두운 터널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며 바삐 뛰어 도착한 곳이 겨우 또 다른 터널의 입구이다.

대개의 경우 행복은 결과에 있지 않다. 과정 중에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행복의 순간보다 그 과정이 훨씬 길다. 삶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인생을 통시적으로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자 환상이다.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마크 트웨인은 말한다.

그렇지만 니체에 따르자면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한다. 역경 자체 때문에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겪으면서 깨닫게 되는 지혜로 인하여 강해진다. 괴로움이 인생에 있어서 특정 의미를 획득하는 순간, 괴로움은 더 이상 괴로움이 아니다. 우리에겐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몸도 마음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 또한 있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다. 용기는 직시에서 비롯된다. 왜,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다. 맞서 싸울 다짐을 해낼 수 있게 된다. 받아들이는 마음 또한 소중하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상실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그것을 붙들고 있어야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 고전 황제내경 영추에 이르길 두려워하거나 생각이 많으면 정이 멎지 않고 흘러내린다. 슬픔이 일어나면 기가 다하여 생명을 잃게 된다. 너무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신이 흩어져 간직되지 못한다. 근심이 풀리지 않으면 기가 막혀서 흘러 다니지 못한다. 지나치게 성내면 마음이 어지러워 추스를 수 없다.

두려워하면 신이 흩어져 거둘 수 없다고 하였다. 마음에 일어나는 바도 오행, 오장에 배속된다. 오장은 상생, 상극이라 하여 서로 돕고 극복하며 제어하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로,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나친 감정은 몸도 마음도 상하게 한다. 가운데 길이 안정적이다. 대체로 그렇다.

한의학은 음양이고 오행이며 중용이다. 더불어 행복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 여럿이 나란히 걸어야 오래,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우리의 행복은 3단계 건너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자신을 보살핀 연후에야 타인을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모든 기쁨은 작은 순간에 존재한다. 노력하느냐 마느냐의 자그마한 차이 밖에 없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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