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욕(老慾)과 아집(我執), 그 추레함
노욕(老慾)과 아집(我執), 그 추레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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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제주여민회 공동대표

[제주일보] “…그 빛나던 순간까지도 추레한 것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염치와 예의를 차리지 않는 아집을 본다”라는 10여 년 전 언론인 김선주의 칼럼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를 다시 읽는다. 이별에 대한 예의, 나이 듦에 대한 예의.

사람이 보여주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그럴 줄 알았다’와 다른 하나는 ‘그럴 줄 몰랐다’로 평가한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두 사람의 전직 도지사를 보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되는 시간들을 경험했다. 한 사람은 제주도내에서 호텔과 골프장, 아파트 등 각종 건설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에 고문으로 취직(?)하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광화문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근혜 탄핵을 반대한다고 소리 높여 외쳤다. 우근민 전 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 이야기다.

그럴 줄 알았다.

도지사 재직 시절 제주도에 공헌한 회사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우근민 전 지사는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인물임에도 도민의 선택을 받아 가장 오랜 기간 제주도지사를 역임하였다. 그의 재임 기간에 제주도내 중국 관광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바오젠거리라는 명칭을 중국인들에게 헌납하였다. 또한 제주시내 중심지에 초고층 빌딩의 건설을 가능하게 하였고, 공무원들의 충성도를 직접 챙겨 인사에 반영하는 세심한 지사였다. 항간에는 재임 중의 업적(?)으로 외국에 살고 있을 거라는 풍문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그는 퇴임 후에도 제주도를 위하여 헌신한 회사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회사 고문직을 수락할 만큼 고향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에 의하면 공직자는 퇴임 후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우 전 지사는 2015년 3월 30일 이전에 퇴직하였기에 제한기간이 2년에 해당된다. 그는 퇴임한지 2년 7개월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그럴 줄 몰랐다.

20대 선거권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된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그러나 투표행위의 결과와 관계 없이 나의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지난 1월까지는.

4대강 개발로 국토를 파헤친 이명박대통령이나 국정농단으로 탄핵 판결을 목전에 둔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한 어떤 사람들은 투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고백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어야 했다.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이 되든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 나의 정치적 성향과 계급에 걸맞은 투표를 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없어졌다. 어느 해 선거에서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정당에 있어도 그에게 투표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참 아까운 능력과 혜안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농협과 축협의 통합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만, 당시에도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는 않았다. 신구범 전 지사 얘기다. 그런 그가 전두환과 박근혜를 존경하고 있다고 하고, 전두환을 배짱 좋은 사람이라면서 본받고 싶은 사람이라 한다. 또한 5·16은 구국의 혁명이며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점령군 행태에 실망하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다고도 하였다. 며칠 전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서 신 전 지사의 부인을 보았다. 마음이 쿵쿵거렸다. 혹, 신 전 지사를 만나면 인사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기우였다. 그는 그날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 삶의 마지막을 ‘제주도민’을 위하여 다시 헌신하겠노라며 도지사 후보로 ‘그들’이 다시 등장하면 어떡하나…. 끔찍한 2월이다.

사람은 누구나 품격 있게 늙어가기를 소망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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