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들에 대한 변호
'요즘 세대'들에 대한 변호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7.02.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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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최인석 제주지방법원장(60·연수원 16기)은 지난 9일 취임식과 함께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장은 판사들이 마음 놓고 재판하고,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장이 판결 방향을 끌고 가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장의 역할을 설명한 최 법원장의 말에서 지난달 중앙 일간지에 실려 반향을 일으켰던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칼럼 ‘전국의 부장님께 감히 드리는 글’이 생각났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공감을 일으키며 화제가 된 칼럼의 내용은 한 마디로 ‘꼰대질은, 꼰대들에게’이다.

‘저녁 회식 하지 마라’, ‘부하 직원의 실수를 발견하면 알려주되 잔소리는 덧붙이지 마라’, ‘굳이 미모의 직원 집에 데려다 준다고 나서지 마라’ 등 상사들이 흔히 호의라고 착각하며 저지르는 행위들을 나열해 직장인들에게 ‘사이다(속 시원한 발언)’라는 평을 받았다.

후배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제법 선배 축에 끼는 요즘 상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누군 줄 알아’, ‘우리 때는 말야’ 등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수많은 말들을 후배들에게 그대로 하기에는 어려운 시절이다.

단순히 회식 등을 싫어하고 집단의식보다 개인성향이 강한 ‘요즘 세대’의 생활방식이 ‘우리 세대’와 맞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세대’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 세대’가 잠시나마 누렸던 캠퍼스의 낭만은 옛말이 됐고, 생존 본능만이 팍팍한 현실을 감싸고 있다.

가뜩이나 마음에 들지 않고 실수투성이로 비춰지는 요즘 세대들은 그 험난한 전장을 뚫고 취업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잘하는 일들이 있다. 그들의 생각이 더 신선하고, 더 괜찮을 때도 많다.

단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미처 알지 못했을 뿐. 그들을 믿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최 법원장의 말처럼 ‘우리’는 지원하는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된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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