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도시재생의 황당한 첫 단추
원도심 도시재생의 황당한 첫 단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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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민주사회란 무엇인가. 주민들의 편에 서서 행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있을 것이 예상되면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그것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고 공동선(共同善)을 찾도록 힘을 써야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행정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가 그제 개최한 ‘관덕정 광장 복원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는 한 마디로 민주사회의 기본도 모르고 주민들 편에서 고민할 줄도 모르는 ‘무대포’식 공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관덕정 광장 복원사업은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이다. 그 관덕정 광장을 효과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중앙로~서문로 일대 500m 구간을 차없는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관덕정 광장을 복원한다는 데 반대할 주민들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앙로~서문로 간 도로를 차없는 거리로 조성하는 일이다. 이 계획을 성안한 기획자나 담당 공무원들이 제대로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역 상인과 건물주, 거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을 강구하고 주민들을 만났을 것이다.

차 없는 도로가 되면 이 도로를 따라 형성된 상권이 타격을 입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과 상가 관계자들도 “차없는 거리가 되면 이를 대체할 도로가 필요한 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퇴장해 한 시간여 만에 파장됐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계획 자체가 난관에 부딪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는 제주도가 주민들에게 ‘차 없는 거리’ 계획을 설명하기 전에 어떠한 검토를 했는지 묻고 싶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7조에 의하면 차 없는 거리 지정 및 조성사업을 추진하기전에 기초조사 차원에서 대상지 선정, 유형 분류, 현장 여건 조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 그 일은 대충 이렇다

우선 첫째로,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이 양호한 곳을 대상지로 선정한다.

둘째는 대상지의 형태에 따라 상업형, 주거형, 안전형, 문화형으로 분류한다.

셋째는 대상지 주변 개발현황과 보행 형태 및 여건, 가로 및 교차로의 교통현황, 대중교통 현황 등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넷째는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차없는 거리의 목표, 공간적·시간적 범위, 예상되는 문제점 분석 및 조성전략 설정, 재원을 검토한다.

다섯째는 수립된 계획안을 바탕으로 경찰 등 관계 행정기관과 협의를 실시한다.

여섯째는 지정 계획안에 따라 지역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최적안을 도출한다.

그런 다음에야 차 없는 거리 지정을 확정하고 고시하는 게 순서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기전에 행정이 해야 할 일이 먼저 있다는 말이다.

제주도는 주민설명회 이전에 어떤 일을 한 후에 이 계획을 주민들에게 들이 밀었는가.

원도심 도시 재생이라는 도민의 숙원사업을 이런 식으로 첫 단추를 끼우고 있으니 황당하고 한심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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