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은 학교가 학교다워질까
3월 한 달은 학교가 학교다워질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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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학생 앞에 서는 게 두렵다는 교사들이 많다. 잡무(雜務)에 치이고 교권 침해에 멍드는 교사들의 한숨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정년을 훨씬 앞두고도 명예퇴직을 신청해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선생님이 제자를 제 몸처럼 아꼈던 지난 날은 박제된 과거일 뿐”이라고 한다.

학교현장에서는 새 학기가 되면 학교 운영원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敎授) 중심이 아니라 공문처리 위주이다 보니 교사들은 어떻게 수업을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잡무를 덜 맡을 것인가를 두고 경쟁을 벌이기까지 한다.

또 교장과 교감은 새 학기에 교사들의 업무 분장을 놓고 곤욕을 치른다. 사정이 이러니 제주도교육청도 그동안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시달하는 공문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공문이 줄어들기는 커녕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교육청도 학교별로 한 해에 많게는 3000개의 공문이 내려가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연간 공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0여 개 각종 공문이 일선 학교에 시달되고 있는 것이다.

일선 학교의 상황을 들여다 보면 더욱 심각하다.

이 공문들 가운데 최소한 30%가 반복적인 홍보나 지침, 형식적인 현황보고나 실적보고, 외부 기관의 협조요청 등 교육과는 관련이 없는 ‘잡무성 공문’이라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교원들은 “공문에 의해 움직인다”는 ‘수동적 잡무처리 기계’로 전락해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과다한 교원의 잡무 부담으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된다는 데 있다.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잡무 때문에 어떤 때는 수업시간을 자율학습 등으로 대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결국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질적인 잡무 근절이 절실한 것이다.

그간 잡무 근절 계획이 없었던 게 아니라 실천 의지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근원적 처방이 아니라 정책의 곁다리식으로 교원잡무 경감대책만을 발표해왔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됐다.

이는 현장교원의 입장에 서서 그 고충을 적극 체감하고 시정하려하기 보다는 단순히 학교도 하나의 행정조직으로 보고 “교원들이 당연히 처리해야 할 업무를 잡무로 생각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제주도교육청이 오는 3월 한 달을 ‘공문없는 달’로 정하고 교사들이 아이들과 만남과 교육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만 3월달 공문을 4월 달에 몰아서 보내는 계획이 아니기를 바란다.

차제에 우리는 도교육청이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아직도 남아있는 일선 학교에 대한 ‘관리 통제’를 지양하고 학교지원체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그래야 공문이 줄고 학교가 학교다워질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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