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이름은 ‘불법(不法)’
우리 가게 이름은 ‘불법(不法)’
  • 제주일보
  • 승인 2017.02.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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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귀환. 제주시 한림읍사무소

요즘 출·퇴근길에 거리를 보면 알록달록하게 수놓은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원색 계통의 큼지막한 간판, 네온사인에 둘러싸인 화려한 간판도 거리를 장식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런 요란한 간판이나 광고물을 보면서 어지럽고 답답함을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거리에 덕지덕지 내걸린 광고물과 간판들을 보고 있으면 몇 해 전 여행갔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가 떠오른다.

‘게트라이데 거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불리는 이 곳은 주변 지역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독특한 문양의 간판이 인상적인 거리다. 우산을 팔면 우산 문양을, 신발을 팔면 신발 문양의 간판을 내걸어 글을 모르는 사람도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이 곳의 간판 하나 하나가 이 지역의 장인들이 만든 철제 수공예품으로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명품이자 작은 예술품이라는 것이다. 간판 하나가 문화상품, 관광상품이 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제주도에서 ‘명품거리’ 라고 불리는 몇몇의 거리는 어떤가. 건물 전체를 도배한 초대형 간판도 모자라 어느 나라 글자인지도 모르는 형형색색의 문양을 한 간판들, 거리에 내걸린 불법 현수막과 에어라이트 등을 보고 있노라면 명품거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런 대부분의 광고물과 간판들이 ‘불법’이라는 가게 이름을 내 걸고 이름만 명품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해 행정에서는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지만, 행정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광고물 게시자 스스로가 간판은 우리 가게의 얼굴이라는 인식을 갖고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진정한 ‘명품거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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