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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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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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 하귀일초등학교 교장

[제주일보] 누구에게나 소망이 있다. 길게는 평생 이루고 싶은 소망이요, 짧게는 오늘 하루의 소망이다. 가슴에 소망을 품고 있다는 것은 살아내고 있음이요, 삶의 의미이자 희망이다. 그 소망은 이루어 질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소망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설령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희망으로서 유효한 것이다.

새해 초입에는 모두가 한 해의 소망을 품는다.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새로운 다짐과 함께 소망을 기원하는가 하면 조상님 차례 상 앞이나 믿는 신에게 간절히 소원한다.

관광지의 사찰에서도 소망을 기원하는 모습은 볼 수 있다. 불상 앞에 엎드려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불자가 아니어도 숙연해진다. 필자도 성당의 십자가상 앞에서는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소망이 절실해지면 기도가 되는 것이다. 미약한 인간이기에 창조주에게 의탁하며 스스로 노력하는 삶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이다.

중국 장가계의 천문산 귀곡잔도를 걷다 보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빨간 리본들을 볼 수 있다. 누군가의 소망이 적힌 리본들이다. 상술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비싸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글을 써서 매달고 사진까지 찍고 왔다.

지난 연말에 친정 어머니의 팔순을 맞아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아버지의 팔순 때는 가족 서른 두 명 모두가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다섯 딸들과 어린손자 포함 열 두 명이 함께했다.

일정에 ‘천등 날려 보내기’가 있었다. 사방 1m 정도의 커다란 등을 하늘로 띄워 보내는 이색적인 체험이다.

마침 연말이라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소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호텔방에서의 이야기는 진지했다. 딸들의 소망은 자녀의 문제가 우선이었다. 결혼, 취업, 진학 등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부모님의 소망 또한 일곱 자식들이 모두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당신 건강 보다도 함께 늙어가는 자식들을 염려하고 걱정해 주는 그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떠오르며 부모님 살아계실 때 더 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는 ‘새해에는 실컷 놀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잽싸게 나가서 빵 터졌다. 아이들에겐 노는 것이 소망일 수도 있겠다고 여기며 아이들의 속마음을 읽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조카는 ‘우리나라가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내 자식, 내 가족의 소망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밝은 미래를 위한 소망 하나씩은 품어야 한다는 채찍 같았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요즘의 국정 혼란을 보면서 아홉 살 조카의 또렷한 목소리를 다시 생각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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