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청소년기를 위하여
푸른 청소년기를 위하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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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영‧유아기, 아동기를 거치고 나면 이제 우리들의 자녀는 청소년기에 닿게 된다.

다음은 ‘십대라는 외계인’이란 책에 실린 십대 자신의 목소리이다.

“선생님, 십대가 이렇게 아픈 거라면 그냥 다 도려내고 살수는 없는 건가요?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현실, 세상이 모두 적과 같은 이 적막감, 공부라는 잣대 때문에 그 외의 어떤 것도 인정 받을 수 없게 만드는 무력감,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모든 것들이 십대가 되면서 생겨나 커져만 가고 있어요.”

그렇다. 그저 십대인 것만으로도, 청소년기인 것만으로 아프다. 한 때 우리이기도 했던 그 아이들.

청소년기 특징은 몸에서부터 온다. 아직 행동은 어린애 같아도 어느새 몸은 훌쩍 어른이 된다. 마음은 웃다가 금새 짜증을 낸다. 부모와의 시간은 어떻게든 피하려하고, 친구 없인 못 산다고 한다. 격분하는 모습을 볼 땐 ‘정말 이 아이가 내가 낳은 애가 맞나?’ 싶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정상이다. 청소년기는 호르몬의 변화, 뇌의 발달, 강해진 자의식 등으로 그야말로 강한 자기 중심성을 형성해 나갈 때이다. 만약 이러한 사춘기 자녀들의 변화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실망만 한다면 자녀를 더욱 압박하게 돼 부모와 자녀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깊은 골짜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부모가 이렇게 청소년기 자녀들에 대해 속상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부모 없이 우뚝 서려하는데 부모는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요즘은 청소년기 아이들의 모습이 점점 더 어린 연령에서 나타나고 있다. 좋아진 식생활 환경으로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학습열기에 지적 성장도 빠르게만 진행되는데 아직 정서적인 성숙은 먼 길이다. 그래서 어른과 아이의 모습을 왔다갔다한다. 이 모습에 부모도 우왕좌왕한다.

내 아이가 어느새 청소년기에 도달했다면 현명한 부모는 얼른 자녀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따라가 줘야 한다. 사실 누구보다 힘든 건 아이 자신이다. 불쑥 커버린 몸에,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허둥대는 마음이 참 힘들다. 그래서 이 때 아이들은 불편함, 불안감, 긴장감에 휘감겨져 있다. 이것은 잘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점을 부모는 잊지 말자. 그러다 보면 가끔 이전의 솜사탕 같은 포근한 모습으로 잠깐 돌아올 때가 있다. 이때 크게 호흡하며 부모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기 자녀와 집이 친밀해지길 바란다면 이것 하나만 하자. 아이로 하여금 “집은 내가 아무리 힘이 들어도 그곳에 가면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또 내가 힘든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집은 그저 그런 곳이면 된다. 아주 가끔이라도 다 큰 덩치의 아이들이 괴로워서 죽을 듯, 큰소리로 엉엉 울면서 “나는 이럴 때 외로워. 나는 엄마가, 아빠가 이럴 때 너무 미워”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가정은 참 건강한 가정이다. 이렇게 엉엉 울수만 있다면 그곳은 그 아이에게 무척이나 ‘안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심리적·물리적인 공간을 가지고 자란 아이들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가장 바랄까? 한 사람의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영향력을 받는 존재가 누구였냐는 물음에 사람들은 부모와 선생님이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했다고 한다. 사실, 부모와 선생님은 아이들이 잘할 때보다 험한 길을 가고 있을 때, 혹은 그 길에서 돌아왔을 때 그 아이들을 ‘꼬옥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가출을 하고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만나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나 선생님이 나의 이야기를 그저 잘 들어주기만 했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들은 ‘내가 뭘 그리 잘 못하길래 아이가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라는 모멸감과 수치심이 들 수 있다. 이런 마음이 들 때 얼른 한 번만이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다시 한 번 또 용서하면서 아이의 눈을 들여다 보며 또 한 번 믿어주자.

용서와 믿음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조금 늦을지언정 분명히 안다. 이 폭풍의 끝에서 맑은 하늘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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