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 머금은 유채꽃 만개, 걸음마다 그림 같은 절경
봄 기운 머금은 유채꽃 만개, 걸음마다 그림 같은 절경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06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집의 올레이야기-5. 올레 제2코스(광치기~온평포구) -광치기~식산봉(2.2㎞)
제주 올레길 2코스 출발점에서는 추운 겨울 날씨에도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을 만날 수 있다. 단돈 1000원의 이용료를 투자하면 봄내음이 가득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제주일보] # 잠시, 광치기 해변에서

올레길을 걷는 목적이 사람마다 다 같을 수는 없다. 외지에서 온 어떤 분은 제주섬을 연구하기 위해 그 접근 방법으로 올레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다고 했고, 한 후배는 정년퇴임 기념으로 지금까지 자신의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남은 생을 다시 설계하기 위해 나선다고 했다.

아무려면 어쩌랴. 명예와 지위 모두 내려놓고 생각 없이 걷다가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면 감탄하고, 땀 흘리는 현장을 만나면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다가, 바닷가 해녀 할머니의 도마에 쪼그려 앉아 소라 한 접시 시켜놓고 소주 한 잔 홀짝이는 맛도 그만일 터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돌담 구멍 사이로 나드는 바람소리에/ 상처를 어루만지며/ 나에게 묻고 또 묻는 것.// 혼자이면 어떠랴/ 놀멍쉬멍 걸어간다/ 길가에 뿌리내린 풀꽃들 눈웃음에/ 잊혔던 고전 말씀이/ 푸릇푸릇 돋아나고.’ -오영호 ‘올레길 연가 1’ 모두.

 

# 봄을 팝니다, 유채꽃

말을 타고 수마포까지 천천히 다녀오면서 해안 풍경과 성산일출봉 사진을 찍고, 다시 섭지코지 쪽으로 걸어가 썰물로 드러난 스코리아 퇴적층을 살펴본 뒤, 2코스 출발점에서 나와 길을 건넌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찾은 날은 하늬바람이 꽤나 세게 부는 차가운 날씨임에도 유채꽃은 여전히 노란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겨울 석 달 언제 와 봐도 변함이 없다.

관광객들에게 이곳이 따뜻한 남쪽나라 성산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밭주인들의 수고로움으로,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단돈 1000원에 봄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유채(油菜)는 서양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데, 제주에서 환금작물로 다량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이다.

보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재배되기 때문에 비료의 원활한 공급으로 쌀보리 생산량이 늘고 나서부터 남은 밭에 유채를 심어 팔기도 하고, 기름을 짜서 먹기도 했다.

 

# 내수면 둑방길

어떤 내방객은 이곳이 올레길 중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풍경이 좋은 구간이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딜 가도 성산일출봉이 배경으로 따라다니고, 내수면의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면, 가끔씩 철새의 무리가 평화로이 떠 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또한 논이 많지 않은 제주에서 긴 둑방길을 유유히 걷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입구 중간에 ‘이 지역은 국제멸종위기종 1급으로 보호되고 있는 천연기념물 205-1, 2호인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하여 많은 철새가 겨울을 나는 곳입니다. 철새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조심스럽게 건너야 합니다’라는 간판을 마주한다. 둘러보니 작은 철새들이 모여 있는데, 저어새 무리는 안 보이고 눈에 익은 청둥오리, 쇠백로, 왜가리, 갈매기 등과 도요 같은 작은 새들만 눈에 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유난히 고통이 심했고 미국에서 달걀까지 수입해야 하는 요란을 떨었던 올 겨울, 둑방길부터 오조리마을회관까지 방역으로 임시통제가 이뤄지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소독제로 엄한 데까지 방제만 하지 말고, 미리 우수한 두뇌를 모아 그 분야를 세밀하게 연구하게 해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돈이 적게 드는 정책이 우선 과제가 아닐는지?

식산봉

#전설의 오름, 식산봉

표고 60.2m, 비고 55m, 둘레 871m의 아담한 원추형 화산체 식산봉은 두 가지 전설을 안고 있다.

동쪽에 돌출해 있는 일출봉 주변은 유난히 왜구의 침입이 잦았는데, 이곳 변방을 지키던 한 조방장이 꾀를 내어 마을 사람들에게 항시 노람지(이엉)를 엮어 쌓아 두도록 했다가 멀리서 왜적이 쳐들어오는 것이 보일 때, 재빨리 오름주위를 둘러쳐서 군량미로 위장해 위기를 넘겼다 하는 것이 하나고, 또 식산봉은 풍수적으로 옥녀산발형(玉女散髮形) 즉, ‘아름다운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과 같다’고 해 그에 얽힌 애절한 얘기도 있다.

‘…안가름 대장장이 아들 부씨 총각과 이웃집 옥녀가 깊은 사랑에 빠졌는데, 신분 차이로 혼인을 미루고 있었다. 이때 새로 온 조방장이 옥녀를 꾀기 위해 총각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목 메달아 죽이고 시체를 바닷가에 내다버렸다. 그리고는 옥녀에게 몸을 요구했는데, 들어주지 않자 심한 고문 후 내쫓아버린다. 옥녀가 총각의 시체를 찾았을 때, 자기 때문에 죽은 것을 알고 그만 넋을 잃고 만다. 그리고는 머리를 풀어헤친 채 서서히 굳어 식산봉이 되었고, 총각을 넣었던 관은 일출봉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 식산봉 주변 황근 자생지

식산봉은 작은 오름이지만 제주섬 동쪽 저지대의 원식생이 자생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남벌로 식생이 일부 훼손된 후 소나무가 심어졌으나, 조류와 해류의 영향 등에 의해 난대성 상록활엽수와 해안식물들이 복원됐다. 특히 오름과 주변 염습지에는 희귀식물인 황근(黃槿) 20여 그루가 자라고 있어, 이 지역 상록활엽수림과 함께 제주도기념물 제4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황근은 아욱과에 속한 낙엽 관목으로 전체에 황회색 털이 있고, 잎은 어긋나며 7~8월에 노란색 꽃이 핀다. 지금은 종자를 길러 곳곳에 심어지고 있으나 이곳과 비양도 습지 주변, 구좌읍 하도리 해안 등지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송과 대나무, 동백나무가 주종이던 이곳은 참식나무와 후박나무가 그 대를 이을 것으로 보이며, 중요종으로 황근 외에 된장풀·왕작살나무·돌토끼고사리·별고사리 등이 자란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