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제2공항 대응 아직도 ‘복지부동’
도, 제2공항 대응 아직도 ‘복지부동’
  • 뉴제주일보
  • 승인 2015.12.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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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지역 민심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연일 지역민심을 달래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 하고 있다. 지난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온평리 주민들의 ‘온평공항 반대 열운이 한풀이 마당질’ 시위는 제2공항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우선 500명이 넘는 온평리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이 어디까지 온 것인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이날 마당질 형태의 시위는 온평리 한 마을 주민들에 의해서 이뤄졌지만, 앞으로 다른 마을이라고 이 같은 시위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제주도의 대응이 여전히 복지부동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공항 예정지 발표 등은 말 그대로 ‘기습적인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그런데 현장 대응은 공무원들의 책상에서 ‘관행과 통상의 절차’라는 구태의연에 묻혀 타이밍을 번번이 놓치고 있다.

그 한 예가 ‘공항확충지원본부’ 가동이다.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공항확충지원본부’ 직제는 지난 16일 도의회 행자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제2공항 건설을 총괄하게 될 핵심조직인 공항확충지원본부는 현재의 공항확충지원단을 대신하게 된다. 공항확충지원본부는 제주도 실·국 배치순번도 앞으로 온다. 서열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관료조직에서 부서배치 순서가 앞선다는 것은 곧 ‘실권행사’와 직결된다. 이 정도까지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면 제주도는 주저함 없이 공항확충지원본부를 가동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응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장에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 답이 있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현지 민심은 하루가 멀다고 냉랭해지고 있다. 이는 현장대처가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공항확충지원본부를 내년 1월 중순쯤 있을 공무원 정기인사와 맞물려 출범시킬 조짐이다. 정말 이러고도 제주도가 제2공항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차떼기 부패정치’에 대한 국민적 혐오로 존폐의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당시 한나라당. 기존의 여의도 당사를 내치고 나와 ‘천막당사’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읍소하면서 총선에서 기적적으로 ‘회생’했던 일은 지금도 한나라당 지지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있다. 절박함의 진정성이 국민들의 마음을 후벼 판 결과다. 제2공항을 대하는 지금의 원희룡 도정은 당시 한나라당이 가졌던 위기의식보다 더한 절박함과 진지함을 가져도 앞길이 가시밭이다. 지금도 책상에 앉아 절차나 따지고 관행이나 타령할 정도로 한가한 때인지. 제2공항에 대한 제주도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현장에 천막청사라도 가동할 배짱이 없다면.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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