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아요 그대’
‘걱정 말아요 그대’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2.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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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상징하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때로는 노동현장에서, 때로는 시위현장에서, 아니면 일상의 안방에서까지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불려진다. 대한민국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기간’으로 정의되는 1970~1980년대엔 노동현장이건 시위현장이건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대표되는 ‘운동가요’가 말 그대로 차고 넘쳤다.

절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권력자들은 운동가요는 물론 일반 가요에까지 금지곡이라는 낙인을 찍어 땅속에 묻어두려 했다. 대표적인 게 ‘아침이슬’이다.

밴드 ‘들국화’가 돌아왔다. 198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록 그룹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가능성을 열었던 그 들국화다.

들국화가 이번엔 광장의 대중 앞으로 걸어 나왔다. 들국화를 불러들인 것은 최순실로 상징되는 절대 권력의 부패다.

그 중심에선 노래가 ‘걱정 말아요 그대’다. ‘걱정 말아요 그대’는 지난연말 이후 대한민국 광장에 모인 촛불들을 응원했고, 광장의 촛불들은 떼창으로 응답했다.

들국화 전인권이 2004년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 만들었다는 노래. 10여 년이 흐른 지금. 개인을 넘어 시대의 노래가 됐다.

“제주도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전환기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성장통과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확립을 위한 많은 현안이 있다” 지난 31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선출마의 꿈을 접으면서 한 말이다.

 

#선량한 도민들 더 고통

‘성장통’.

사전에서 이 말을 찾아보면 3~12세 성장기 아동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하지 통증으로, 주로 종아리, 허벅지 또는 무릎 부위에 발생한다. 성장통은 특별한 치료 없이 대부분 괜찮아진다. 만약 통증이 심하다면 전신목욕, 마사지 등으로 통증을 완화시켜 주면 그만이다.

말 그대로 성장통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이다. 성장통은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사회라는 공간에서도 발생한다. 성장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이에 따르는 ‘부작용’ 쯤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장통은 일반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한걸음만 들어가 보면 그 속이 훤히 보인다. 지금 제주의 성장통은 급격한 개방과 난개발로 인한 필연적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선량한 사회구성원들은 더 고통스럽다. 사회 전체가 골고루 혜택을 보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고통이라면 달게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의 성장통은 그게 아니다.

급격한 개방과 난개발을 불러들인 대자본과 개발업자들이 이익을 독차지하면서 남겨진 후유증 이다. 따라서 치료법 또한 원인을 고치는 ‘맞춤형’이어야 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무턱대고 아픈 것부터 고치려 든다면, 이는 진통제 하나로 모든 병을 고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잘못은 바로잡아 나가야

제주가 지향하는 청사진은 ‘제주국제자유도시’다. 그런데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도민 만족도는 형편없다.

지난연말 제주일보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선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의 미래’ 토론회에서 드러난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도민의식을 조사결과는 지금의 제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만족한다’는 제주도민은 37.0%에 그쳤다. ‘불만족하다’는 도민이 30.5%, ‘보통’은 32.5%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싱크탱크인 제주발전연구원의 조사결과다.

절반이 넘는 도민들이 국제자유도시제주에 불편해 한다는 의미다. 불만족한 이유로 꼽은 1순위는 ‘외국자본 잠식 우려(34.5%)’이며, ‘자연환경 훼손 우려(30.5%)’가 그 뒤를 따랐다. ‘도민’이 빠진 결과다.

1년 전 조사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원 지사는 지금의 ‘성장통’을 급속한 경제성장의 전환기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라고 말 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것이다. 제주 사회 곳곳에 뒤틀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하나씩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도민이 ‘중심’에 서게 해야 한다. 제주사회는 때로는 뒤틀리고 굴곡졌지만 결국엔 옳음의 길을 벗어난 적이 없다.

걱정 말아요 그대.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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