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는 살 만한가
지금 제주는 살 만한가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02.0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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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의 섬 중 하나인 틸라푸쉬 섬이 쓰레기 섬으로 변하고 있다.”

2012년 6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각종 쓰레기로 뒤덮인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한 ‘몰디브 쓰레기 섬’ 내용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사진 속에는 천혜의 에메랄드 빛 바다와 화려한 리조트 시설로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몰디브의 아름다운 풍광은 없었다. 대신 페트병과 드럼통, 폐자재를 비롯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디언은 “사진 속 장소는 몰디브 정부가 다른 도심지 및 관광단지 등에서 넘쳐 나오는 쓰레기를 매립해 처리하고 있는 틸라푸쉬 섬으로, 하루 300t 이상의 쓰레기가 반입되면서 매일 1㎡씩 면적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각종 생활 쓰레기에다 플라스틱, 석면 등의 유입으로 동식물조차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는 내용은 ‘꿈의 휴양지’라는 이면에 과부하에 걸린 쓰레기 처리로 몸살을 앓는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며 상당한 충격을 던져줬다.

인도양의 지상낙원 섬도 언제든지 무분별한 개발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쓰레기 난은 비단 몰디브에만 국한된 후유증일까?

지난해 9월 도내·외 뿐만 아니라 해외 시민사회단체(NGO) 등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을 논의하는 ‘제주가 제주다-동그라미포럼’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주요 화두로 던져졌다.

포럼에 참석한 해외 NGO 대표와 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 등은 관광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몰디브와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제주 역시 잘못된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몰디브의 집 값 급등과 쓰레기 처리난, 식수난 등은 관광객 1500만명 시대를 열고 있는 제주가 직면한 현실과도 맞물리면서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임을 시사해줬다.

문제는 도내에서도 이미 현실화된 쓰레기 처리난만 하더라도 폐부 깊숙이 파고들 정도로 상황이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지만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들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는 지역사회가 합심해서 해법을 찾고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라질의 친환경 생태도시를 소개한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보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여러 상황을 비교해보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는 과연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주민들 스스로 재활용 쓰레기를 식품 등으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재활용 도시로 만들어내고, 지역 NGO와 환경부서가 공동으로 재활용공장을 운영하면서 선순환 자원 재생 시스템을 만든 정책 등은 분명 제주에서는 벤치마킹하기 어려운 꾸리찌바 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해 자동차 도로를 축소해 자전거 전용 도로로 바꾸고 자동차 제한속도를 낮추는 등의 노력들은 자동차로 목적지 앞까지 가야 하는 제주 여건에서는 감히 도전하기도 어려운 시책일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꾸리찌바 역시 무분별한 개발과 인구 증가 등에 따른 전형적인 도시 문제로 몸살을 앓았지만 지역 공동체들이 합심해서 현실적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결과론적으로 지금 제주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쓰레기 처리난을 비롯한 교통 체증, 오수 처리 과부하 등의 문제들은 행정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 앞서 지역 공동체가 협력해서 풀어가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그게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 세대가 해야 할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번 설 명절 때 내려온 지인은 이렇게 물었다. ‘과연 지금 제주는 살만한 곳인가, 그리고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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