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촌·생태관광 시스템화, 제주관광 경쟁력 높인다
지역·농촌·생태관광 시스템화, 제주관광 경쟁력 높인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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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제주일보] 설 명절, 우리 조무래기들은 설레고 신나 종종 걸음이 바쁘다. 오랜만에 친지를 만나거나 조상의 음덕을 기리거나 덕담에 귀를 기울이는 것 보다는 세뱃돈으로 얼마를 벌어들여 대박(?)을 만들 것인가에 더 큰 관심과 경쟁을 하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미소가 넘친다.

어른들은 일가 친족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미뤄왔던 주변 정비 등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영농으로 지친 팔다리가 쉴 틈이 없어도 그리움이 채워진다는 기대로 한껏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 진다.

대부분의 농촌마을 초입에는 고향을 찾는 출향민과 아들, 손자, 며느리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예외 없이 걸렸다. 차례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낙들의 주 무대인 주방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와 수다 떠는 소리가 벌써 차례 후의 음복을 기다리게 한다.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삼국시대부터 전승돼온 설 명절은 지난 한 해를 너그럽게 용서하면서 지난해를 거울삼아 새로운 미래에 대해서 탈 없이 지내고 새해를 새로 세운다는 뜻으로 미래지향적인 선조들의 의식을 엿 볼 수 있는 풍속인 것 같다.

올 겨울은 유난히 삭풍이 잦은 것 같다. 초속 20m 내외 바람이 일상적으로 불며 절대온도보다 6~7도 정도 낮은 체감온도는 항상 제주가 영하권에 머물러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옛 어른들의 말씀이 실감난다. ‘정월 바람이 암소 뿔을 휘게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의 겨울바람은 매서운 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농촌마을들은 설맞이 행사들로 정초가 무척 분주하다. 마을 어르신들을 마을회관 또는 노인회관에 모셔 오찬을 베풀며 벌이는 합동세배 또는 경로잔치 등의 연례행사가 마무리돼야 비로소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 설 차례를 생략하고 황금연휴를 국·내외 여행의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관광지마다 북적되는 여행객들이 있는 반면 아직도 아름다운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농촌마을들이 건재하다는 것은 대단히 희망적인 것 같다. 다만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리를 지방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인들이 치적 자랑의 자리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의 편견일까?

2000년대 중반부터 농촌마을에는 농촌의 생태와 환경 그리고 농산물을 활용해 체험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들을 소비자가 체험해 보고 대가를 지불하는 이른바 ‘농촌체험관광’을 하고자 하는 마을들이 녹색농촌체험마을, 어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이라는 명칭으로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받아왔다.

제주지역도 2010년 이전에는 27개 마을이 지정을 받았으나 여러 마을들이 지정을 받는데만 그쳐 유명무실해졌다.

2010년 이후에는 농어촌체험휴양마을사업자로 지정을 받아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대상자로 선정된 마을들의 체험상품 개발과 체험사무장 채용 등 국가가 지원하는(체험사무장 활동비지원사업)제도가 마련됐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 제6조 (농어촌체험 휴양마을 사업의 육성 및 지원)에 의거해 체험사무장 활동비를 보조 받을 수 있었다. 2012년 전국에 지정 마을 수가 671개 마을에서 2016년에는 누적 지정 마을 수가 953개소에 이를 정도로 지정 마을 수가 급증하고 있으나 정부예산은 그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53개 마을 가운데 사무장 지원을 받은 마을은 그 절반인 479개 마을에 불과하다(제주도는 15개 지정 마을 가운데 12개 마을 지원).

지정 마을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사무장 지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예산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이미 지원이 되고 있는 마을들을 평가해 8년차까지 지원받는 마을들에 대한 차별화된 지원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무척이나 복잡한 단계별 지원책이다. 장기간 지원받은 마을들이 가시적 성과가 없을 때는 당연히 사무장 지원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당연히 걸러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해당마을들이 사무장 지원이 되지 아니할 경우 많은 사업을 유치 또는 진행해온 마을들이 개점휴업 또는 폐업의 마을로 전락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몇 년 전부터 예견됐던 문제점들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방만하게 관리했던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농촌마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제 우리 지방정부와 도의회가 나서야 한다. 국비에 의존하는, 중앙정부 정책에 매칭하는 예산 배정 정책에서 벗어나 우리의 조례를 제정하고 지방비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제주도가 지난해 1500만명 관광객을 유치했지만 질적 향상이란 남은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이상의 관광객 유치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지역관광, 농촌관광, 생태관광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된 제주 관광 상품이 각광받을 수 있을 테니까.

농촌마을의 적재적소에 농촌체험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 육성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질 높은 제주 관광 상품을 견인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2010년까지만 해도 해외관광객 유치에서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우리나라가 지난해 일본과 500만명 이상(일본 2080만명, 대한민국 1720만명)의 격차를 보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겸손하게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그들의 문화와 체험상품의 질적 향상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22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열도로 끌어들인 것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단순한 한류와 허접한 쇼핑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유년 벽두에 서서 우리 농촌마을들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며, 어떻게 할 것이며,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질문과 대답을 스스로 하고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정립하길 바라는 정초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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