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콩을 아시나요
해녀콩을 아시나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2.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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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제주일보] 제주의 날씨는 변덕스러운 편이다. 특히 한라산 주변에는 더욱 그렇다. 구름이 몰려왔다 금방 사라지고 비구름이 왔는가 싶으면 어느새 하얀 구름으로 변한다.

대낮에도 햇볕이 쨍쨍하다 금세 먹구름으로 가려 어두워지곤 한다.

왜 그럴까. 제주는 신들의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신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이러한 신화의 내용이 담겨진 수많은 굿 제의(祭儀)가 지금도 재현되고 있다.

제주에는 1만8000여 신이 존재했고 그 이야기가 상당수 전해진다.

제주의 창세 신화는 무당들의 본풀이, 즉 서사무가에 의해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천지왕본풀이, 초경본풀이, 삼경본풀이, 세경본풀이, 칠성본풀이 등 여러 본풀이를 통해서 지금도 무속의식에서 구연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는 보기 드문 신화 같은 식물이 있다. 바로 ‘해녀콩’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해녀콩의 유래는 바닷가 모래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제주 해녀들의 삶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자생지는 토끼섬, 차귀도 등이다. 신비하게도 해녀처럼 바닷가 주변에서만 자란다.

콩과 식물로 이파리는 마치 칡 이파리같이 크고 열매의 크기는 작두콩처럼 크다.

해녀콩은 꽃이 넓찍하고 예쁜 연분홍 살빛에 가깝다. 특히 해녀콩은 유독성분이 있어 원치 않은 아이를 가졌을 때 해녀콩을 먹고 낙태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시 한 편(진해자)을 잠시 들여다 보자.

 

칠팔월 바닷가

독을 품고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홍자색의 꽃

그 옛날 해녀가 애간장을 태우다

아기를 지울 때 먹었다는 해녀콩

해녀의 삶을 간직한

전설이라는 꽃말이 애섧다

 

이 시에서 보더라도 해녀콩이 해녀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제주에는 바람이 많다고 한다.

물론 바람(wind)이기도 하겠지만 염원의 바람(wish)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영등할망을 통해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바람을 멀리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바람, 두 가지가 교차한다. 해녀콩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애간장을 태우는 교차의 심정에서 해녀들은 해녀콩과 마주했을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해녀콩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희귀 야생식물로 분류되어 보호되고 있다.

길이는 2m 내외로서 덩굴에 밑을 향한 털이 있으나 차차 없어진다.

턱잎은 달걀 모양으로 떨어지고 밑부분이 자라서 선(腺)으로 된다. 잎은 잎자루가 길고 3개의 작은 잎으로 되어 있다.

작은 잎은 두껍고 윗면에 털이 드문드문 있으며, 뒷면에는 털이 없고 노란빛을 띤 녹색이다.

꼭대기의 작은 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의 원형이거나 거의 둥글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7~8월에 핀다.

세상이 척박하다고 하지만 뭐든지 교차의 바람이 불게 마련이다.

부정과 긍정, 사랑과 미움, 이별과 만남, 탄생의 환희도 있는 게 인생일 터. 말없이 바닷가에서 자라는 이름모를 꽃이라도 향기가 있다. 올 한 해는 전설처럼, 신화처럼 멋진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곳으로 폼나게 걸어가 보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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