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할아버지와 영자신문
인도 할아버지와 영자신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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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수필가 / 시인

[제주일보] 할아버지가 가게 옆에 앉아 영자 신문을 읽고 있다. 역에서 노동일을 하는 젊은이도 영자신문을 읽고 있다. 1회 340만부를 발간하는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지(紙)다.

나는 종친회 일로 인도를 여덟차례 방문했다. 그래봐야 겨우 두 달 정도 체류한 것이니, 세계 7위의 면적으로 남한의 33배인 드넓은 나라 인도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델리까지 직항으로 9시간 걸리는 인도. 이제 인구는 12억을 돌파하여 13억의 중국과 맞먹는 대국이다. ‘핵’ 보유국이며 자타가 인정하는 IT강국이다. 힌두교(82%), 이슬람교(11%), 그리스도교,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 등 다종교의 나라다. 무려 3만 3000개의 신(神)을 모시니 그들에게 종교는 곧 삶이다.

또한 인도는 28개 주(州) 7개 직할시에 힌두어, 영어 등 22개 언어가 공존하여 다종 언어의 나라다. 지폐는 15개의 언어로 표시돼 있다. 인도는 또한 카스트제도의 신분사회, 인구의 약 14%인 불가촉천민은 격리돼 생활하는데 그들이 기거하는 움막촌을 지나며 이방인의 눈에 인간 존엄성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울하다.

나는 델리 시내 숙소 ‘아소카’에 머물면서 델리 한국 특파원이 썼던 “인도에서는 거지도 영어를 한다” 라는 기사를 생각했다. 식당이나 상점에서도 힌두어보다 생활영어로 불편없이 대화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인도 영어’의 힘을 되돌아 본다. 알려진대로 영어는 힌두어와 함께 인도의 공용어다. 인도인의 10% 이상인 1억5000명이 영어를 구사한다. 시골 관공서에서도 영어를 상용한다. 각종 행사도 영어로 진행한다. 영어를 잘 해야 지식인 축에 끼워주고 대접도 받는다니 인도인들의 영어에 대한 집착과 노력은 대단하다. 수백 년 영국의 통치를 받는 기간 인도 곳곳에 자연스럽게 ‘영어’가 전파된 덕분일까?

IT인도의 저력은 영어 덕분이다. 졸업하면 연봉 10만달러가 보장된다는 인도공대(세계21위)는 세계 학생들의 꿈이기도하다. 인도 곳곳에서 영자 신문이 1만1478개 종류나 발간된다니 놀랍다. 인도는 ‘종이 신문’이 더 늘어나고 있다. 시골 가게마다 신문 가판대가 있다. 인도인 영어 강사의 미국 학생을 상대로 한 인터넷 영어 과외가 인기라니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학생들조차 인도 MBA로 지원하는 이유는 알고보니 영어가 공용어이고 우대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한국-인도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을 맺었다. ‘12억 거대 인도 시장을 잡아라’라는 도내 언론 기사를 봤다. 그리고 ‘제주도, 해외관광 홍보사무소 워크숍’ 제하의 기사도 읽었다. 제주도 당국에서 도내 관광유관단체 합동으로 해외 시장개척에 능동적으로 나서는 일에 공감한다. 먼저 제주특별자치도가 인도 28개 주(州) 가운데 한곳을 선정하여 ‘자매결연’ 등 가시적인 방안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그래야 체계적으로 인도 관광객을 유치하고 특산물 판매, 제주도 전통문화교류 등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현재 경상남도는 인도 북부 유피주(州)와의 결연을 추진 중이고, 대구는 문화축제를 교류하고 있다. 제주도 당국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한인도대사관(서울 한남동 소재)을 통해서 제주도 특유의 관광환경을 설명하거나 제주도내 관광행사에 주한인도단체 인사들을 초청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 주인도한인회와도 교류하자.

몇 해 전 필자는 김해민속공연단 10여 명과 인도를 방문했다. 아요디야시(5만)에서 행사 후 공연팀은 ‘상모’를 신명나게 펼쳤다. 운집한 관중들이 열광했다. 지역 기관장은 공연단이 썼던 벙거지모자를 달라고까지 했다. 제주도 민속공연, 특산품은 해외에서 호평받을 것이다. 영어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나 도내 관광업계, 공직자들이 인도인들이 제주섬을 찾아오거나, 교류 목적으로 인도 방문을 두고 그들의 공용어인 영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평소 준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시대 지구촌에 미지의 섬, 제주를 알리자. ‘인도는 기회의 땅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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