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필요한 부분을 격려하는 게 새해 덕담"
"상대에게 필요한 부분을 격려하는 게 새해 덕담"
  • 양미순 기자
  • 승인 2017.01.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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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 오문복 선생에게 듣다

[제주일보=양미순 기자] 제주를 대표하는 한학자이자 서예가인 소농 오문복 선생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설 풍경은 날이 밝기도 전에 얼음처럼 찬물로 세수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예전 설날은 아이들에게 다소 성가신 날이었다”고 운을 뗀 소농 선생은 “아침 일찍 종가에 가서 사당에 먼저 예를 올리고 차례를 지내고 나면 일가친척에게 ‘모두’ 세배를 올렸다”고 회상했다.

소농 선생은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세뱃돈을 주고받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며 “치자 물을 들인 짚신이나 손수 종이를 잘라 마련한 공책 등을 덕담과 함께 어른들에게 받으면 더할 수 없이 기뻤다”고 말했다.

소농 선생은 “예부터 결혼할 때나 정초에는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예의였다”며 “지금은 혼수비용이 어떻고 차례상 비용이 어떻고 참으로 경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세배 때 나누는 덕담에 대해서도 일침 했다. 소농 선생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복 많이 받아라’하는 것은 흉이 아니지만 아랫사람이 웃어른에게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것은 실례”라며 “아랫사람에게는 ‘금년에는 장가갔다고 하자’ ‘금년에는 건강해 지는 걸로 하자’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웃어른에게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는 식으로 상대에게 필요한 부분을 격려하는 게 새해 덕담”이라고 설명했다.

소농 선생은 달라진 설 세태와 관련해 “요즘은 행여 세뱃돈으로 부담이 될까봐 어른들께 인사갈 때 아이들은 떼놓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세배를 받는 게 하나의 기쁨이고 아이들에게는 어른에 대한 예의를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되니 인사를 갈 때는 아이들도 데리고 가서 함께 절을 올리라”고 당부했다.

또 차례음식 준비와 관련해서도 “정형화된 의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상황과 처지에 맞게 본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준비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미순 기자  manse76@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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