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넉넉하지 못 해도 희망을 보자
설날, 넉넉하지 못 해도 희망을 보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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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설 연휴가 시작됐다.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은 고향을 찾는 설렘으로 넘쳐난다. 설렘 그대로 설날 아침에 정성으로 마련하는 차례상마다 행복이 가득 담겨지길 기원한다.

그러나 설 연휴를 맞는 마음, 고향을 찾아오고 고향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즐겁고 넉넉하지만은 않다. 아니 설 연휴가 오히려 더 착잡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힘겨운 일상을 뒤로하는 연휴이지만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것은 엄연한 삶의 현실과 대면하는 또 다른 시간인 것이다.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나면 결국엔 취업과 육아의 어려움, 조기 퇴직, 노후 생활의 불안과 실의로 한숨을 내쉬게 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더욱이 올 설날 아침 주고 받을 덕담거리가 보이질 않으니 답답하다. 국가 리더십이 실종된 채 표류하고 있는 이 나라의 암울한 현실이 서민들의 희망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친척들이 한 데 모이고 명절 차례상을 거두고 나면 한심스러운 이 나라 3류 정치가 화두에 오를텐 데 뒤따를 실망과 분노가 민망스럽다.

새해 벽두부터 주요 생필품 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특히 물가가 오르는 동안 실질가계소득은 오히려 감소해 체감 고통은 더 커졌다.

무엇보다 최순실 사태와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소비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생필품 가격의 잇단 인상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경제가 어렵고 정국이 혼란한 현실에서 물가마저 오른다면 서민들의 설 민심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설 명절에는 모두가 매운 바람에 입은 상처와 고달픔을 씻고 기운을 차려 희망을 생각하자.

고단한 현실이지만 가족이 있다는 데 위안을 찾고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얻기 바란다.

올 설 연휴에 우리 사회 공동체의 현실과 숙제에 대해 누구보다 깊히 성찰하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할 이들이 있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4말5초’(4월 하순~5월 초순)의 벚꽃 대선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이런 저런 잠룡(潛龍)들이 설날 차례상에 자기 이름을 올릴 셈으로 너도나도 출마선언을 했다.

다들 마음이 바쁘겠지만 대선과 정계개편에만 정신이 팔려 이리저리 몰려다닐 게 아니라 우선 민생(民生)대책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국민이 켠 ‘촛불’에서 볼수 있듯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와 갈등을 설 연휴의 밑바닥 민심을 통해 제대로 보고 귀담아 듣기 바란다.

그래서 귀향이 끝난 뒤엔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선보였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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