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의 언론관(言論觀)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의 언론관(言論觀)
  • 제주일보
  • 승인 2017.01.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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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 /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어 버락 오바마와는 전혀 다른 언론관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하여 직원들을 격려한 후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이 그와 CIA 간에 불화를 일으켰다고 주장하였으며 취임식 인파에 대하여 축소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광장에는 150만명이 있었다. 나는 언론과 싸우고 있는데,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정직하지 못한 인간들이다”라고 말하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발부터 언론의 정직성을 부정한다면 유권자의 의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어떻게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책임을 다할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이 훌륭하게 국정을 이끌고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도록 한 요소들 중 하나로 그의 언론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였다. 그는 기자들이 게재한 모든 기사들을 즐겼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들과 함께 일한 것이 즐거웠다고 말하면서 그들의 우의에 감사한다고 말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이 대통령의 팬(fans)이 되어서는 안 되며 회의적으로 거센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기자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집권자에게 호의적이어서는 안 되며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고 그 권한을 준 국민들에게 책임을 질 수 있게 하여야 한다면서 여러분들이 그 일을 해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는 유머가 섞인 대화 속에서 간간이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의 결론에 항상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공정한 보도를 했다고 칭찬하면서 기자들이 있어서 백악관이 더 일을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기자들이 우리를 더 정직하게 하였고 더 열심히 일하게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미국의 집권층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기 위해서는 언론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여야 하며 국민들이 정보를 잘 알고 있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어렵다고 말하면서 미국이 언론인들을 필요로 하며 민주주의가 언론인들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언론이 진상을 밝히고 증거를 제시하면 올바른 진전을 위한 이성적인 논의가 이루어진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적하였다.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확인할 수 있는 ‘접근 저널리즘(access journalism)’의 장소이자 통로였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인파에 대한 논란 속에서 나타난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란 표현은 여러 정황을 심사숙고해보면 그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에 언론관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폭스뉴스가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45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일 지지율은 37%였다. 과거 취임 직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고 80~84%에 달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직전 지지율은 60%였으며 8년간 오바마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53%였다. 미국국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취임 직후인 2009년 1월에는 78%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고 2014년 중간선거 이후에는 가장 낮게 42%의 지지를 보냈다. 유권자의 소리인 언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집권자의 지지율이 높을 수는 없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莫論)하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겸허하게 ‘정직한가? 정당한가? 적법한가?’를 자문하지 않았던 집권자의 결말이 좋았던 경우가 있었던가!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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