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가짜 뉴스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01.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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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만우절이 되면 외국 언론들은 만우절 특집 기사를 내보낸다. 한 마디로 ‘가짜 기사’를 게재한다.

대표적인 기사로는 영국 BBC가 2008년 보도한 ‘남극에서 하늘을 나는 펭귄떼가 발견됐다’는 기사와 1957년 ‘스파게티가 열리는 나무’를 소개한 기사였다.
당시 이 신기한 나무의 재배법을 묻기 위해 시청자 전화가 빗발치자 BBC 측은 “토마토 소스 깡통에 나뭇가지를 심어놓으면 무럭무럭 잘 자란다”며 천연덕스레 답변까지 하기도 했다.

2003년 만우절에는 한 미국 네티즌이 CNN 뉴스를 모방해 ‘빌 게이츠가 암살됐다’는 가짜 뉴스를 제작했고, 며칠 뒤 일부 방송 등이 이를 받아 보도했다가 사과방송 및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파급효과를 노리고 편성한 가짜 뉴스가 나라 전체를 뒤흔든 일도 있다.
‘2006년 12월 13일 RTBF 속보 사건’이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는 당시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연방의 큰 축인)플랑드르가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는 긴급뉴스를 내보냈다.
왕궁, 국회 등 주요 공공기관과 시설에 기자가 급파돼 현장 생방송을 진행했고 주요인사 인터뷰까지 내보냈다.
약 30분 동안 온 나라가 우왕좌왕한 끝에 RTBF는 “이 방송은 픽션입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단일 국가 벨기에’에 대한 토론을 유도하려는 ‘다큐-픽션’이었다. RTBF에는 각계의 비난이 쇄도했다.
연방총리는 “현역 기자들을 동원한 공영방송의 무책임한 태도”에 항의했고, 사회당 당수 역시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남용했다, 이 땅에는 이런 장난이 설 자리는 없다”고 규탄했다.

870만건 대(對) 736만건. 미국 대선을 3개월 앞두고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가 인터넷 상에 공유된 횟수다. 가짜가 진짜보다 폭넓고 빠르게 퍼졌다는 점에서 세간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버즈피드가 밝힌 이 수치는 ‘그럴듯한 글’이면 얼마든지 읽히고 ‘사실’로 유통될 수 있는 뉴미디어 시대의 단면을 보여줬다.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다. 피자 가게 ‘코밋 핑퐁’ 지하실이 근거지다”라는 가짜 뉴스가 퍼졌을 땐 실제 이 피자 가게에 총을 쏘는 사람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전달력도 상당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국내 정치권도 최근 ‘가짜뉴스’에 요동을 쳤다.

발단은 지난 7일 한 인터넷매체가 올린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UN 출마제동 가능’”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는 안토니오 구테헤스 신임 유엔사무총장이 유엔 결의 위반을 들어 전임자인 반 전 총장의 출마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으나 확인 결과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구테헤스 신임 총장은 물론이고 유엔 역시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 그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도 없다. 하지만 대권주자 지지도 2위인 반 전 총장을 겨냥한 기사는 최초 보도 직후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유포됐고, 급기야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이를 인용해 반 전 총장에 대한 공세에 활용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글이 기사로 둔갑하고, 여기에 여야 정치권과 언론 전체가 들썩인 셈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가짜 뉴스가 시민들을 혼란하게 할 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가짜 뉴스의 범람에는 기자가 몸담고 있는 기성 언론의 책임론을 피할 수는 없다. 독자들이 한국 언론은 숨기는 것이 많고 중요한 것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만든 것은 결국 언론종사자들의 책임이다.

올 해는 대한민국 역사 상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들춰낸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이다.  그 만큼 언론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 24일 제주일보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제주일보 노조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제주일보가 진정으로 독자와 도민을 위한 언론이 되기 위한 또 한 번의 각오를 다진 것이다.
“이것은 진짜 뉴스입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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