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시절, 아이도 부모도 힘들다.
초등시절, 아이도 부모도 힘들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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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자녀가 초등학생인데 엄마에게 “짜증나!”, “ 뭘 봐?”, “ 죽어버려!” 등과 같은 말을 자주 하여 타이르기도 하고 혼도 내보았는데도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상담을 청하는 부모님이 종종 있다.

어른에게 적대적, 거부적이며 반항적인 행동을 지속할 경우 ‘반항장애(Oppos itional defiand disorder)’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장애의 필수 증상은 권위있는 사람에게 반복·거부·도전·불복종·적대적 행동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이는 행동은 다음과 같다. 화내기, 어른과 논쟁하기, 적극적으로 어른의 요구나 규칙을 무시하거나 거절하기, 고의적으로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기, 자신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다른사람의 탓으로 돌리기, 쉽게 신경질 내기, 화내고 원망하기, 악의에 차 있거나 앙심을 품고 있기 등이다. 이 장애의 평균 발병 연령은 7세이며 여자아이들보다는 남자아이들에게서 더 일찍 나타난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걸까?

먼저, 짜증을 잘 내는 예민한 기질을 타고 나거나 높은 활동성을 가진 아이일수록 발병률이 높다.

두 번째, 부모 중 한 쪽 부모가 기분장애, 반항성장애, 품행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진 경우일 수 있다.

세 번째, 부모 서로의 갈등이 심하여 아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심하게 엄한 훈육, 혹은 비일관적인 양육태도로 인해 생길 수 있다.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때 다음의 두 가지를 주목하여야 한다.

첫 번째는 성인을 향한 적대적 반항적인 행동을 감소시키는 것. 두 번째는 올바르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를 잘 하려면 먼저 부모는 자녀에게 ‘어루만지기’를 해야 한다. 아이가 충동적인 행동을 했을 때 나무라기 보다는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또한 부모가 먼저 실수했을 경우 그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이가 너무 감정이 고조될 때에는 그 자리를 뜨는 것이 좋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누그러졌을 때 그 때 다시 관계 맺기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부모의 ‘자기 돌봄’이 중요하다. 부모가 스트레스에 휘감겨 있을 때 아이 행동의 작은 자극에도 높은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초등시절일 때 가끔 나타나는 행동 중에 ‘남의 물건을 훔치기’가 있다.

훔치는 행동의 이유들을 살펴보면 첫째,물건을 빌리는 것과 훔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둘째, 아이의 삶에서 무엇인가(부모의 사랑, 관심, 염려 등) 결핍되어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박탈감, 버려진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건을 훔치면서 마음 속의 공허감을 다스리기도 한다. 때론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을 시험해 보기 위해 훔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셋째,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간혹 친구들에게 자신이 대범함을 알리기 위해 훔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동을 보일 때 부모나 교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아이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후 남의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은 나쁘다는 메시지를 명백하게 전하면서도 반드시 아이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친구 집이나 가게에서 물건을 들고 왔다면 아이와 같이 가서 돌려주고 값을 치르게 하며 사과하도록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잘못을 고백하며 물건을 돌려주고 나면 부끄럽고 힘든 일을 마친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것은 ‘예방’이다. 평소에 남의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남과 나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하는 마음, 그 정직한 마음의 꽃이 필 수 있도록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한 올 씨앗 뿌리는 것을 잊지 말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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