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시대와 저널리즘의 기회
루머시대와 저널리즘의 기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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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커뮤니케이션정보대 부교수

[제주일보] 그리운 사람 소식, “오! 풍문으로 들었소”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까마득하다.

정보는 초 단위로 폭주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늘 소셜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어 바람의 존재는 이제 무색하다. 많은 정보에 노출되면서 가끔씩 자문해 본다.

지금 읽고 있는 글이 사실일까?

개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누구나 기사를 만들고 의견을 내놓고, ‘단독’ 혹은 ‘속보’ 등을 대담하게 앞세워 관심을 끌지만 사실과 거리 먼 추측이거나 혹은 의견에 가깝기 십상이다.

‘사실’과 ‘루머’ 사이 분별이 어려운 정보화 시대다.

2년을 거슬러 돌아본 한국. 2015년 여름, 한국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유행으로 큰 사회적 홍역을 한 때 치렀다.

고기가 물 만난 듯 루머도 기승을 부렸다.

“집 안에 양파를 놓아두면 메르스가 예방된다”, “바세린을 콧 속에 바르면 메르스 예방에 좋다”, “현역 군인이 감염되면 조기 전역된다”, “체온을 안 재면 극장 출입이 불가능하다.” 등등등….

셀 수 없는 루머가 카카오톡으로 전파되고 페이스북으로 돌아 신문기사로 옮겨지기도 했다.

결국 거짓이거나 혹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정리됐지만, 혼란 가중의 기폭제였다.

루머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만들어져 삽시간에 퍼진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으로 촘촘히 연결된 미디어 환경에서는 루머 확산은 빛의 속도와 맞먹는다.

이에 비해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일은 그야말로 소걸음이다.

루머는 진실과 허구 사이 경계점을 오르내린다. 사실무근은 아니지만 근거가 불확실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루머가 사회적 폐해로 전이되는 것은 사실 여부에 대한 도달 없이 진실로 포장돼 여론으로 변하는 단계에서부터다.

이에 기초한 판단과 정책, 사회적 행위는 개인과 사회가 짊어져야 할 고통 비용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게 마련이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도 그 폐해의 부산물이다.

인터넷 루머의 생성과 확장의 동기와 경로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아직 미미하다.

사실관계 확인보다는 개인의 자아 확장 동기가 루머 전파에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 혹은 호감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루머를 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더욱이 루머 생성은 인간의 본성과 맞물려 있다.

위기 상황에 처해 이를 대응코자 할 때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정확한 정보가 결여돼 있다면 불안감은 고조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생존 본능은 루머에 의존할 개연성을 높인다.

불안감과 루머가 짝지어 있다면 루머의 생성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루머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면서 사회적 폐해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합리적인 대처의 중추 역할을 저널리즘에서 찾고 싶다.

진실과 허구 사이 중천을 떠도는 루머의 여과장치로써 기능이 필요하다. ‘신문의 위기’며 ‘저널리즘의 추락’이라 빈정대고 있지만, 정보의 폭주로 인한 혼돈과 무질서는 저널리즘에 부여된 기회다. 진실과 허구 사이 저널리즘의 올바른 선도가 절실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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