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주머니 '팍팍'…'실속형 선물'로 情 나눠요
고물가에 주머니 '팍팍'…'실속형 선물'로 情 나눠요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7.01.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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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대형마트·전통시장, '가성비' 높은 5만원 이하 선물세트 집중 구성…주고 받은 부담 '훌훌'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경기가 많이 힘들어도 설날에는 서로 마음과 정을 나눠야죠.”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지만 설 명절에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월급 빼곤 모두 오른다는 푸념처럼 자고나면 껑충 뛰는 고물가의 압박으로 주머니가 팍팍해도 지난 한 해 동안 이런저런 은혜를 베푼 이들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물은 값의 문제가 아니라 정성의 크기다.

설이 다가오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서로를 위한 마음을 담은 명절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찾는 도민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 상인들도 가공식품과 과일, 수산물 등 다양한 상품구성으로 고객들에게 ‘설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어려운 경제사정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영향을 감안해 5만원 이하의 ‘가성비’를 중시한 제품들로 설 명절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도내 대형마트, 5만원 이하 실속형 상품 ‘고객잡기’

이마트와 농협하나로마트 등 도내 대형마트들은 김영란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구성해 고객을 모으고 있다.

명품·고가 선물세트를 줄이고 고객이 선호하는 중·저가 실속형 선물세트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4만9900원 아래로 가격을 맞춘 ‘499 기프트’를 제작해 육류와 수산물, 과일, 가공 식품, 생활용품 등 분류를 나눠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구성해 홍보하고 있다.

또 마트 내에서 바로 택배 접수가 가능한 ‘고고페스티벌’ 행사도 마련했으며 설날세트 3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택배 서비스를, 선물세트 30만원 이상 구매시 제주 전 지역에 무료 배달 서비스도 실시한다.

이마트 제주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5만원 이하 가공세트가 명절 선물세트의 70~80%를 차지하고 있었다”며 “경제적 어려움에 고객들이 3만원대의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협하나로마트도 설을 앞두고 식용유, 카놀라유, 햄, 통조림으로 구성된 2만~3만원대 상품 등 5만원 미만의 선물 세트를 늘렸다.

김영란법이 첫 적용되는 명절인 만큼 저렴한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육류나 수산물 등 국산 농수축산물의 경우에는 5만원 이하로 가격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지만 다양한 할인 행사를 실시해 저렴한 가격에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홍삼을 제외한 2만원~3만원대 가공식품이 가장 인기가 높다“며 ”5만원 이상 세트의 수는 줄이고 고객들이 선호하는 5만원 이하 제품의 판매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마트를 찾은 도민들은 저렴하고 가성비가 높은 실속형 선물세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가공식품 세트를 선택한 김희연(42·이도1동)씨는 “이번 설에는 경제가 어려워 친척간에 설 선물을 주고받지 말자고 했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의 제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강유진(34·오라1동)씨도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설 선물을 보러왔다”며 “값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전통시장, 김영란법으로 매출 감소…설 특수 없어도 고객 위한 상품 준비

“물가가 많이 올라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김영란법까지 시행돼 올해 설 특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에요…그래도 손님을 위해 설 선물 상품은 소량이나마 준비해야죠.”

설 연휴를 앞두고 특수를 누려야할 전통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8일 동문재래시장에는 수 많은 도민들과 관광객이 몰려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선뜻 물건을 사는 쇼핑객은 많지 않았다. 상인들이 설 연휴 선물세트를 준비하거나 특수를 기대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수산물 등을 판매하는 김모씨(62)는 “경기가 좋지 않고 김영란법으로 인해 전국 각지로 배송 나가던 택배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설 선물 예약판매도 작년 설의 3분의 1수준도 안돼 이번 설은 선물세트 준비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탄했다.

청과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3)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재래시장이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것 같다”며 “서로 선물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인해 5만원 이상 상품은 물론 저가 상품들도 판매가 부진해30~40%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과일 등 특산품을 판매하는 강모씨(47)는 “관광객 등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물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별로 없어 이번 설 연휴가 예년보다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설 특수는 없지만 그래도 명절 선물을 찾는 고객을 위해 5만윈 이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전통시장을 애용해 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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