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獨立出版物)
독립출판물(獨立出版物)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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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서(書)·화(畵)가 어우러진 1인 잡지 형식인 금은돌의 m‘ ook 돌’(글상걸상, 2016) 창간호.

[제주일보] 지난 여름 아주 특별한 책을 만났다.

시인이자 화가인 금은돌(김은석)님의 'mook 돌'(글상걸상,2016) 창간호로 시(詩)·서(書)·화(畵)가 어우러진 1인 잡지였다.

제주 돌하르방을 닮은 시인이자 목수인 한 사나이가 서귀포에서 가내수공업(家內手工業) 방식으로 우직하게 한 땀 한 땀 실로 꿰매어 만든 ‘독립출판물(獨立出版物)’.

저자의 표현대로 ‘무식하고 성실하고 감동적인 노동’의 결실이라는 점과 ‘아름다운 수집’이 가능한 책이라는 점에 반해서 바로 정기 구독자가 되었다.

요즘 출판계의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독립출판’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위해 특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인디밴드(Indie Band)나 기존의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감독의 의도와 방식에 따라 제작되는 독립영화(또는 인디영화 Indie Film)와 같은 ‘출판계의 인디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인디는 독립을 뜻하는 인디펜던스(independence)의 줄임말로, 기존에 중시되던 상업적인 면을 우선하지 않고 보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것을 추구하는 문화적 트렌드가 출판계에도 나타난 것이다.

독립출판이란 개인 또는 소수의 작가들이 책의 기획과 디자인, 인쇄와 제본, 유통과 판매 등의 전 출판 과정을 기존의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부터 이런 ‘자가출판(Self-publishing)’이 있었지만, 누구라도 적은 자본으로 소량 출판이 가능한 요즘과 같은 전자출판시대에 더욱 접근하기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작가 본인이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인 만큼 그 내용이나 표현 방식이 창조적이고 자유롭기에 개성이 돋보이는 출판물들이 많다.

고서(古書) 제본 방식인 절첩장(折牒裝) 스타일로 만들어진 『mook 돌』(글상걸상,2016) 2호와 3호.

 

데이비드 리스의 '연필 깎기의 정석'(프로파간다,2013)과 같이 다소 엉뚱한 주제를 다룬 독특한 책도 있고, 제본 방식도 고서(古書)와 같이 병풍 모양으로 제본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스테이플러제본이나 스프링제본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독립출판물이 수준 높고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수준 미달인 경우도 있지만, 시장의 논리가 지배하는 출판계에서 외면 받기 마련인 수익성이 낮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다양한 방식으로 그 특별함을 표현 할 수 있다는 점은 독립출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서점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책들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과 같은 고유의 국제표준자료번호(ISBN 또는 ISSN)가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소량 제작되는 독립출판물은 대부분 그 번호가 없기 때문에 일반 서점에서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판매하거나 전문적으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독립서점(또는 작은 서점)을 통해 유통된다.

그 중 일부이지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정식으로 출판업 사업자등록을 하고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부여받아서 일반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도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베스트셀러에 식상한 독자들이 각양각색의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독립출판물에 보이는 관심들이 모아져서, 언젠가는 할아버지와 소의 우정을 그린 우리나라 독립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작 ‘워낭소리’(감독 이충렬, 2009, 누적 관객수 293만명) 처럼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독립출판물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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