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性평등 정책, 1회성 '립서비스'인가
兩性평등 정책, 1회성 '립서비스'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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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여성의 사회진출은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양성(兩性)평등은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 오윤정 특별연구원이 17일 제주도의회에서 발표한 ‘제주도 출자기관·출연기관의 일·가정 양립 제도화 수준’을 보면 제주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난해 원희룡 도지사가 “모든 여성이 당당하고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펼치고, 남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선언이 무색하기만 하다.

오 특별연구원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서귀포의료원 등 제주도 출자·출연기관 10곳을 조사 분석해 보았더니 ▲임신부 직원의 시간외 근무금지 ▲보호휴가 후 동일업무·동등임금 복귀 ▲장애아동 육아 휴직 ▲육아 휴직자의 승진 제한대상 제외 등을 규정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지난해 발표한 여성들의 안심하고 편안한 육아와 건강한 가정을 위한 가족 바로 세우기 등을 골자로하는 ‘양성평등 정책’이 1회용 ‘립 서비스’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이들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에서는 출산·가족 돌봄 지원제도와 관련해 성별 및 차별대우 금지 및 균등한 기회 보장도 규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육아휴직제도와 관련해서도 ▲불합리한 처우 금지 ▲휴직 전 직무복직 의무 ▲휴직기간의 근속기간 포함 ▲관련 수당 지급 ▲불임휴직 등을 규정한 곳도 1곳 씩 뿐이었다.

제주도가 출자하고 출연한 공공 기관들이 이 정도 수준인데 다른 곳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양성평등이 실현돼야 하는 이유는 여성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양성평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이 이뤄지면 출산율이 높아지는 등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그 과실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 기업들도 혜택을 나눠 갖게 된다. 성 평등이 이뤄진 국가나 사회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없애고 성 평등을 구현하는 일은 제주도가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인 과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는 말로만 ‘양성 평등’을 외치지 말고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오 특별연구원의 지적처럼 현재 일·가정 양립 제도화 수준이 낮은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페널티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

도민의 세금이 출자되고 출연한 기관이 성 차별을 한다면 제재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역사회와 기업도 남성의 관점이나 여성의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양성의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법적·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전반의 인식 제고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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