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돌아가라"
  • 고권봉 기자
  • 승인 2017.01.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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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고권봉 기자] “급할수록 돌아가라.”

한국 속담으로 빨리 서두르면 도리어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공자(孔子)는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이라며 너무 빨리 가려다 오히려 달성하지 못한다고 했다.

서귀포시가 정유년(丁酉年) 새해부터 급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9일 서귀포시는 ‘중문향토오일시장’ 개장 52년 만에 천제연 폭포 인근으로 이전하고 현 부지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야심 차게 밝혔다.

지역 주민의 지속적인 교통 체증 불편 문제를 해결하고 접근성 취약, 빈약한 품목 등으로 인한 장기적 침체를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서귀포시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천제연폭포 주차장 부지 1만8834㎡를 무상 임차받고 인근 중문동 2232번지 일원 4필지 5132㎡를 매입하는 복안을 마련했다. 현재 중문오일시장에는 공영주차장을 조성한다. 이설 예정부지 토지 매입비 16억원도 확보했다.

하지만 무려 반세기 넘게 지켜 온 전통을 역사의 한쪽으로 밀어내기에는 서귀포시의 행정 행위가 너무 허술하다.

무상 임차 부지는 현재 문화재 1구역으로 문화재현상변경과 관광단지조성계획 승인 등 절차적 문제와 이설 예정 매입 부지의 경우 근린공원이므로 제주도 도시공원위원회의 공원조성계획 변경 심의를 받아야 한다.

또 서귀포시는 이전 부지 매입비를 먼저 확보해 놓고 뒤늦게 오는 3월~9월 사업비 5000만원을 들여 중문오일시장 이전 타당성 등에 대한 분석에 나선다. 앞뒤가 바뀌었다.

중문오일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사업비 1억4000만원을 들여 시설 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이전 세부 계획이 확정되면 또다시 혈세를 들여 모조리 뜯어내야 한다.

정유년 새해, 서귀포시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중문오일시장 이전에 따른 득실 부분을 차분히 분석해 순차적으로 행정 행위를 전개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고권봉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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