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예산 심의, 견제와 협력의 조화
2017년 예산 심의, 견제와 협력의 조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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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학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제주일보] 예산의 편성권은 집행기관에 있고, 심의권은 의회에 있다. 두 가지 권한을 분리한 이유는 행정에 관해 보다 전문적인 집행기관이 예산을 편성하여 그 책임을 묻기 위함이고, 의회는 대의기관으로서 주민의 부담을 경감시키라는 취지이다.

따라서 두 대리인 집단이 주민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하며 갈등을 발생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과정이다.

만일 갈등이 전혀 없다면 그것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거나, 사전에 결탁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다. 또한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상대방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절충하려는 노력이 없는 경우이다. 두 가지 상황 모두 주민에게는 결코 이롭지 않다.

시간을 2년 전으로 되돌리면 당시 제주도의 가장 큰 화두는 ‘예산전쟁’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당시의 예산전쟁은 어떤 형태로든 예견됐다. 행정권한의 도지사 집중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의회권한의 부족, 기초 의회가 없는 상태에서 의원의 지역구 배려 등으로 인해 상호 불신과 불인정의 골이 깊어졌다.

소통과 협치를 표방하며 선(善)한 취지로 출발하였지만, 상호 신뢰와 권한 인정의 싹이 트여지지 않았다. 결국 예산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과거의 사실로부터 2017년 본예산안 심사와 의결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의회가 증액한 사업에 대해 민선 6기 처음으로 집행기관이 ‘동의’했다는 점이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일반회계의 경우 내부유보금 137억원을 제외한 증액규모는 120억원이다. 적지 않은 규모임에도 동의된 것은 증액사업의 면면을 집행기관이 인정한다는 것이며, 이에 앞서 양 기관의 신뢰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산안 심의에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스스로의 신뢰를 실추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다섯 차례에 걸쳐 상임위원회의 감액 결과를 재확인하고 조정하였다.

‘전기차’, ‘MICE 시설’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13명 위원의 관점을 조율하는 과정은 논쟁과 진통의 연속이었다. 한편 증액과정에서는 밀실 편성을 지양하고, 올해 처음으로 증액사업에 대해 집행기관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예산 결정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사라졌고, 무엇보다 중요한 신뢰가 구축되었다.

그러나 신뢰가 구축되었다고 해서 의회와 집행기관이 우호적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제주도 예산이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커졌다. 이에 따라 예산이 불용되거나, 적시에 투입되지 못하거나,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되는 집행상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과거 의회는 예산편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반면, 집행과정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결산과정에서 집행의 부적절이 지적되었지만,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결과를 낳았다.

아직까지 집행기관은 예산 집행시기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설비의 경우 이월해서 집행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올해 예결위는 제1회 추경부터 예산 집행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하여 집행기관으로 하여금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산이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심사의 초점을 맞추려 한다.

제주도는 국내외 정세의 급격한 변화 속에 앞으로 더욱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의회와 집행기관 간 ‘견제’와 ‘협력’의 조화가 강조된다.

예산전쟁은 의회와 집행기관 모두가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신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2017년 예산 심의는 과거 예산전쟁의 종결을 선언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신뢰관계를 정립했다는 측면에서 뜻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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