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과 패러다임 대전환
촛불혁명과 패러다임 대전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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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실장

[제주일보] 짙은 어둠 속에서 1000만 국민이 대통령 탄핵의 촛불을 들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공권력이 대통령과 비선실세에 의해 사유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누적되어 온 일상에서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이에 무관심한 정치권에 대한 불만 등이 더 큰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국민과 정치권 사이의 커다란 간극이 가장 밑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의제의 내생적 한계이기도 한 이 간극은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넓어 보인다.

1987년 민주화는 공권력에 국민적 인정과 지지라는 정당성의 토대를 새로이 제공했다. 하지만 공권력의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과거와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오히려 고위 관료·재계·언론 등과 함께 ‘지배블록’을 암묵적으로 결성했다. 그리고 국민을 배제하면서 공권력을 마치 자기 것인 양 사용했다. 국민 다수는 ‘주권자’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가질 뿐 주인으로서의 권리 행사는 할 수 없었다. 단지 책임만이 강제될 뿐이었다. 그 결과, 국민 다수의 일상은 점점 피폐해졌고 삶의 질적 향상은 멈춰서거나 후퇴했다. 소득상의 양극화를 필두로 양극화는 일상에서 전면적으로 진행되어 10 대 90의 사회가 돼 버렸다. 일자리, 노후 소득보장, 주거, 건강, 보육, 교육 등에서의 욕구와 필요들은 항시 터져 나오는데 정치권은 공권력을 통해 이를 충족시키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충족의 고통을 방치했다. 2016년 촛불은 이에 대한 저항의 쓰나미였다.

그러나 불만이나 저항만으로는 이번 촛불을 설명할 수 없다. 이전의 촛불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승리와 변화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촛불에 ‘혁명’을 붙일 수 있다. 특히 이번은 국민 다수가 주인의 자리를 스스로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있지만 단지 문자 상으로만 그러할 뿐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촛불은 대통령을 탄핵했고 정치권의 동참을 강제했으며 보수의 분열과 재구성을 이끌어냈다. 국민 다수가 실질적인 주권자가 된 것이다.

이는 국민 다수가 새로운 토대 구축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국민 다수는 비로소 정치권으로 하여금 자신들을 위해 봉사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국민 다수는 ‘촛불혁명’의 경험에 비추어 정치권의 행태를 판단‧평가하고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라고 요구할 것이다. 인간다운 사회로의 변화를 끊임없이 이끌어 낼 원천이 마련된 것이다. 모든 정치인이나 정치세력도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정의 제도나 관행들도 마찬가지다.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전방위적 실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촛불혁명’의 결과가 대통령 탄핵의 완결이나 부정부패의 청산으로 그칠 수는 없다. 일부 언론이 제기하는 ‘관치경제’나 ‘정경유착’의 해체에 한정될 수는 더더욱 없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개헌도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개헌을 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과 관련된 권력구조 개편으로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촛불의 요구는 국민과 정치권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인데 이것들은 목적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은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구성 원리, 인식‧판단의 기준, 가치와 원칙, 구체적 방법과 도구 등의 체계, 즉 패러다임의 교체로 확대돼야 한다. 개헌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틀 속에서 논의돼야 하고 따라서 직접민주주의, 인권과 기본권, 사회경제적 민주화, 성 평등, 지방분권, 환경, 공공성, 사회보장 등의 강화가 논의의 중심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 및 실현 과정에서 국민 참여가 보장돼야 하며 선거제도와 정당제도가 개혁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정치권간의 간극을 좁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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