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김현종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인 제주에서 최근 야생조류에 의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전파가 우려되는 가운데 죽은 철새나 배설물 등을 수거한 후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4~5일간 방역체계에 사실상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축산방역당국은 도내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한 가운데 골프장 내 연못(워터해저드)에도 많은 철새들이 날아드는 만큼 골프장에 대한 방역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는 16일 오후 제347회 제2차 정례회 폐회 중 제9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 농축산식품국과 동물위생시험소, 양 행정시 등으로부터 AI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방역시스템 전반에 대한 문제점들을 점검한 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현우범 위원장은 “하도 철새도래지와 용수저수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시료 채취 후 검사결과가 통보될 때까지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시료 채취 후 나흘 넘게 방치된 셈인데 방역은 한번 뚫리면 끝장인 만큼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실제 구좌읍 하도 철새도래지에서 배설물 시료가 지난 5일 채취된 후 국립환경과학원 정밀검사를 거쳐 10일에야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검출이 확진됐고, 한경면 용수저수지에서도 지난 9일 죽은 철새가 수거된 후 검사 결과는 14일 통보됐다. 이동제한은 확진 하루 전 취해졌다.
현 위원장은 “야생조류 시료 채취 후 간이 검사 등을 실시해 의심이 가면 곧바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고, 윤창완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검사기간 단축 방안 등을 국립환경과학원 등과 협의하고, 도내 검사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허창옥 의원은 “지난해 돼지열병(콜레라) 당시에도 즉각적인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데 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질타한 후 “육지부 AI 확산에 따른 도내 치킨 체인점들의 닭고기 수급현황 조사와 최근 위축된 도내 닭고기 소비촉진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내 골프장 워터해저드에도 철새들이 날아드는 만큼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경용 의원은 “야생조류 배설물이나 폐사체의 AI 바이러스가 사람에 의해 전파되는 걸 막기 위해 4곳 철새도래지 방역을 강화한 것 아니냐”며 “그런데 골프장에도 큰 호수들이 많고 이곳을 찾는 철새를 합치면 대략 1000마리쯤 되는데도 방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간혹 일부 골프장에 AI 발판 소독조가 설치돼 있지만 카펫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출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철새들이 날아다니는 골프장에서 골퍼들이 분변을 밟아 옮길 개연성이 있는 만큼 방역이 중요하다. 골프장 폐쇄 조치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정화 의원과 고태민 의원 등은 도내 항만의 축산물 검역체계 보완 및 장비 보강을 주문하는가 하면 도내 달걀 및 육계 통계자료의 보완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대책 마련 등을 주문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