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無常)과 오상(五常)
무상(無常)과 오상(五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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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 / 전 중등교장/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선생님, 게이트(Gate)의 우리말이 뭐예요?”

고등학교 영어수업시간, 어느 학생의 질문이다. 게이트의 첫 뜻(Primary meaning)이 대문(大門)이라는 것을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음모, 대형 비리 혹은 부정부패 의혹사건 등을 암시하는 접미사이다.

정부 또는 정치권력에서 비롯되어, 사회·정치·경제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킬 때 쓰는 말이다. 파문의 근원 다음에 붙여 쓰인다.

어원을 보면,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재선을 위하여 워터게이트(Watergate)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했었다(1972). 닉슨은 재선되었으나, 그 일에 연루되어 결국 대통령직을 사퇴했다(1974).

지금 우리 세상이 어지럽다. 게이트가 ‘최순실’에 붙여졌다. 이른바 최순실게이트. 그로 말미암아 대통령 탄핵이 소추되었다.

유교의 가르침이다. 영혼의 십이지(辰)도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靈辰不留)(日晡告謠에서). 해(年)는 해마다 열두 달을 받아 1월이 열리는데, 올해 1월은 지난해와 다르다.

불교의 가르침이다. 변하지 않음(consistency)은 없다. 만물은 끊임없이 생멸변화(生滅變化)하여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생(生)한 것은 마침내 사멸하기 마련이며(生者必滅), 융성한 것은 반드시 쇠퇴하고(盛者必衰), 서로 만나면 반드시 이별한다(會者定離). 청와대 지붕은 늘 푸르나, 상주(常住)할 수 없다. 무상(無常)이다.

무상한 인생, 그러니 더욱 사람답게 살아야 할 것이다.

유교에서는 오상(五常)의 삶을 말한다.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이다. 즉,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이다.

인(仁)은 두(二) 사람 사이에서 갖추어야 할 올바른 길이다. 어우러짐(Getting together)을 위한 마음이다. 서양인에게 왜 교육을 받느냐 물으면, 선뜻 대답한다.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하여(To be a good citizen). 조선도성(都城)의 대문(Gate)들 중에 동대문(東大門)이 있다. 본래 이름은 흥인문(興仁問)이다. 이 문을 드나들며 서로 잘 어우러져 사는 시민성(仁)이 일어나기(興)를 의도했을 것이다.

서울의 서쪽대문은 돈의문(敦義門)이다. 의로움(義)을 북돋우라(敦)는 뜻이다. 무엇이 의로움일까. 나(我) 혼자 몰래 먹으면 의리 없는 사람이다. 한자가 상형될 때의 음식고기는 양고기(羊)이다. 양고기를 나누어 먹자고 머리에 이고 왔으니, 의(義)가 있다 아니할까.

남쪽에 있는 대문(Gate)은 숭례문(崇禮門)이다. 예(禮)를 높이받드는(崇)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무엇이 예(禮)일까. ‘넉넉함(豊)을 보인다(示)’는 뜻일 것이다. 하늘이 적게 주어도 서로 나누면(Sharing) 넉넉한 것이고, 아무리 많이 받아도 혼자 가지면 적다고 느낄 것이다.

북대문은 홍지문(弘智門)이다. 앎(知)은 슬기(智)와 다르다. 만물은 양음(陽陰)이 있다. 슬기는 어두운 곳이 없다. 그림자가 없다. 앎(知)의 그림자 쪽에 햇살(日)을 갖추어 놓았으니(智), 슬기는 상하좌우 모두 밝다. 홍지문 드나들며 슬기를 크고 넓게 하라.

보신각(普信閣)이 서울 중심에 있다. 사람(亻)은 하는 말(言)이 믿기어야(信) 할 것이다. 시간을 맞추어(synchronizing) 종(鍾)을 울려, 서로 믿음이 ‘두루 미치게(普)’한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정유원단(丁酉元旦)에

오상(五常)이 드나들게

대문(Gate)을 활짝 열고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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