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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 1년, 저 홀로 가는 제주해군기지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7.01.05

[제주일보=정흥남 기자]

듣기에 생소할지 모르지만 우리 사전에 ‘척지다’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은 조선시대 소송에 사용됐던 말로, 현재에도 심심치 않게 쓰인다.

조선시대에는 소송 사건의 ‘피고’를 ‘척(隻)’이라고 했다. ‘척지다’는 다른 사람을 고소해 피고로 만드는 일을 뜻했다. 이렇게 되면 상대와는 원망하는 사이가 된다. 원수처럼 된다. 그래서 ‘척지다’는 ‘서로 원한을 품어 반목하게 되다’라는 뜻을 갖게 됐다.

흔한 말로 “그와 척진 일이 있어 말도 안 한다” 가 쓰인다. 서로 사이가 나쁜 정도가 ‘등지다’보다 훨씬 강하다.

요즘 이 말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갈등이 장기화 되면서 정부의 ‘삐딱함’을 질타하는 여론이 비등해진 때문이다. 다름 아닌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을 피고로 삼은 구상권 청구소송 때문이다.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갈등이 풀릴 기미는 안보이고, 이러다 정말 강정마을 주민들과 이 마을 앞바다에서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인들 간 ‘척지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해양주권 수호 전진기지

50일 뒤인 다음달 26일은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해군은 기지완공 전인 2015년 말부터 부산의 7기동전단과 진해의 잠수함전대를 제주기지에 배치해 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주 제주기지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제주 남쪽 해역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는 등 해양 주권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어도 해양기지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둘러싸고 주변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해군기지가 완공된 직후인 지난해 3월 해군은 기지완공이 늦어진 것이 반대 주민들의 시위 등으로 인한 공사방해 때문이라면서 주민 등 121명에게 34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나아가 제주지방변호사회까지 나서 정부에 갈등악화를 우려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구상금 청구 철회를 건의했다. 제주출신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165명의 국회의원은 국회차원의 ‘해군기지 구상권 철회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법대로’다.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은 ‘강성 보수정권’ 집권기로, 적어도 대북정책에서만큼은 정부정책에 반대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해군기지에 반대한 사람은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과 함께 하는 국군’ 의미 새겨야

지금 강정마을은 지난 ‘투쟁과 저항의 집회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21세기 동북아 중심 ‘대한민국의 청해진’으로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해군기지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기지 내에는 지역주민들과 군인들이 함께 이용하는 각종 문화·체육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평온한 마을 앞 해안이 파헤쳐지고 또 그 곳에 전쟁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군함 등 군사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애당초 마을주민들이 반갑게 맞이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이는 지난 8년의 보수정권 집권 기반인 이른바 TK(대구경북)에서 증명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문제로 주민들이 집단반발하고 경북 상주와 김천의 지금 모습이다.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해군이 그토록 오매불망해 온 제주해군기지 완공 1주년이 눈 앞에 다가왔다. 그런데도 정부가 원고의 자리에서 군사시설 설치에 반대한 주민들을 ‘척(隻·피고)’으로 만들어 압박한다면, 이는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더욱이 군 기지가 완공돼 정상적인 군사작전이 수행되고는 있는데.

제주해군기지가 ‘민군복합항’인 것은 민간선박과 군함이 함께 통행하고 정박하면서 마주하는 항만 안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국민과 국군의 상호공존 의미를 정부도 깨쳐야 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군’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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