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 검역체계가 구멍이 뚫렸다니
제주항 검역체계가 구멍이 뚫렸다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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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항의 조류인플루엔자(AI) 검역체계가 구멍이 뚫렸다. 본사 취재팀이 검역현장을 확인한 결과, 제주항을 통해 들어오는 대부분의 무신고 차량들이 구두 확인이나 송장 확인 등 약식절차만 거쳐 통과되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검역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입 금지지역인 인천에서 생산된 계란 4만9550개가 무신고로 도내에 들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제주시에서 이 가운데 3만5785개를 회수조치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1만3000여 개는 이미 시중에 소비된 후였다. 더욱 기가 찬 사실은 이 계란을 반입한 업자가 “반입당시 화물확인 등의 검역절차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도내 유입을 막는 가장 중요한 관문인 제주항의 검역체계가 이런 식이라면 그동안 제주도가 떠벌린 ‘전방위 방역작전’이라는 게 하는 척만 하는 ‘시늉’이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구멍이 뚫려있는데 도내 곳곳에 거점 소독시설 6곳, 통제초소 13곳을 설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올레코스를 통제하고 수렵도 허가하지 않는 것도 다 부질없는 일이다. 앞으로 ‘청정 제주’가 뚫리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정말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건가?

지금 전국에서 AI가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AI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소독·살처부분 등 차단방역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데다 AI를 보유한 야생 철새가 계속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AI바이러스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더 기승을 부린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방역이 뚫리면 큰일이다.

이제 바이러스의 위력이 잦아들어가는 3월까지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도 각오해야하는 때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제주항의 검역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검역을 담당하는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는 “들어오는 선박과 차량을 전부 단속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신고없이 컨테이너로 반입될 경우 엑스레이 투시기 등 장비도 없어 확인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AI가 제주도에 창궐하게 되면 그 피해는 농가의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축산 농가에 이어 가공, 유통업계가 타격을 받고 관광업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축산 농민뿐만 아니라 도민 모두가 AI 방역에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에 정신이 팔린 공직자들이 책상머리에서 지시나 주고 받는 관료주의적 자세로는 AI가 아니라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단 한 번의 방역실수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제주항은 이번 기회에 검역 등 각종 방역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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