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의 시점, 포맷팅이 필요하다
각자도생의 시점, 포맷팅이 필요하다
  • 제주일보
  • 승인 2017.01.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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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제주한라대학교 컴퓨터정보과 교수

[제주일보] 2017년 정유년, 닭의 해가 시작됐다.

으레 새해 벽두에는 새 각오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소망하나, 올 연초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겁고 개운치 못하다.

몇 년간 2% 저성장으로 경제 활력을 잃어버렸고,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르러 국정이 실종돼 그런지 모른다. 모름지기 작금의 한반도는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에다, 주말마다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신문·방송 미디어 매체도 연일 고구마 줄기처럼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최순실 관련 보도로 도배되고 있다. 정치권도 현 시국을 타개하기 위한 냉정한 해결책 제시보다는 향후, 자신들의 안위와 당리당략적 셈법만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대한민국은 시계가 제로상태이다.

지난 1일 산업부의 우리나라 2016년 무역수지 동향 보고를 보면 심히 암울했다. 수출이 2015년 -8%, 지난해는 -5.9%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957년 이후 58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 미국 및 중국임을 감안하면, 향후 트럼프 미 행정부의 출범으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어서 우리의 젖줄인 수출 장벽은 점점 높아 질 듯하다.

국가의 내치(內治)가 이렇게 표류하고 있는 동안 우리 주변의 미·중·러·일 국가의 지도자는 모두 스트롱맨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철저한 그들만의 ‘철권외교’로 자국 이익만을 챙기는 약육강식적인 국가적 ‘거래적 우선주의’가 강조될 듯하다. 표현이 그러하지만 어쩌면, 선장 없이 대한민국호가 공해 상에서 난파돼 선원 모두가 고도(孤島)에 남게 됐으니, 이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으라는 형국이다. 그나마 이번 최순실 사태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그동안의 압축 성장과 민주화 뒤편의 어두운 그림자인 적폐(積幣)들을 목도했고, 이참에 대대적인 국가개조를 통해 새 도약을 위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들 한다. 또한 그동안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소통과 공감, 협치와 분권, 공정의 공동체 의식이 팽배한 사회로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흔히, 사용 중인 컴퓨터가 어느 날 갑자기 악성코드 감염 등으로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질 경우 디스크 오류 검사, 조각모음, 백신처치, 시스템 복원 등을 통해서도 시스템 성능 개선이 안 된다면 컴퓨터 운영체제의 별도 운영과 함께 가장 낮은 단계의 로우 데이터(low data)까지 삭제되는 메모리 공간의 재설정의 포맷팅(formatting) 과정을 통해 컴퓨터의 기능을 회복한다.

이처럼 포맷팅을 통해 컴퓨터 시스템이 정상적인 작동을 하듯 이제 사회 각 영역에 걸쳐 한국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일대 변혁의 포맷팅 절차가 필요하다. 패권적 대통령제의 권력 구조를 포함해 패거리 정치와 독과점적인 견고한 기득권 체제의 청산과 사회 저변에 산재한 암적 요인을 제거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정한 사회’로의 이행이 돼야 한다.

제주 사회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절대적으로 외부 인구 유입과 외자 투자에 따라 널뛰는 극히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제2공항 갈등, 중산간 난개발과 오·폐수와 생활 쓰레기, 중국인 관광 편향성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새해 벽두에 도내 일간지에 게재한 ‘청정과 공존, 화합의 건강한 가치로 새로운 성장, 더 큰 제주 건설’이라는 올해 도정의 어젠다 실행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설정을 기대해 본다.

흔히들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하버드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행복의 조건’ 저서에서 행복은 ‘자기존중감’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올 한 해가 모두가 노력없이 미래의 행복만을 막연히 꿈꾸는 ‘파랑새증후군’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광화문 100만 촛불시위에서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랫말 ‘아픈 기억들 모두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처럼 지난 상흔을 모두 잊고 심기일전해 자신의 존재감을 재조명하고 희망만을 노래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제주일보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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