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방역체계 허술 ‘여전’…소 잃고 외양간 고칠라
항만 방역체계 허술 ‘여전’…소 잃고 외양간 고칠라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7.01.0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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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고 차량 검사 허술…AI·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차단 한계
3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제4부두에 입항한 선박에서 내린 차량들이 별다른 검역 절차 없이 부두를 빠져나가고 있다.

[제주일보=고선호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의 가축 전염병이 연례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청정 제주지역 사수를 위한 항만 검역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비상 상황에 대비한 인력·장비 확충 외면은 물론 구멍 뚫린 검역체계에 대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법 반입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확실한 개선 방안이 시급해지고 있다.

3일 본지 취재팀이 제주항 등을 찾아 고병원성 AI 전국 확산에 따른 검역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금육과 알, 계분비료 등을 실은 화물차 가운데 신고 차량에 대해 검사 절차가 이뤄지고 있었다.

문제는 가축 전염병 사태의 심각성과 달리 신고 되지 않은 차량에 대한 검역 절차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실제 대부분의 무신고 차량들은 구두 확인이나 송장 확인 등의 약식 절차를 거쳐 통과되는 등 제대로 통제되거나 검역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제주항에는 육류 적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엑스레이(X-RAY) 투시기도 설치되지 않아 느슨한 검역 과정에서 반입 금지 품목이 불법으로 들어올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말 반입 금지 지역인 인천에서 생산된 계란 4만9550개가 무신고로 도내에 반입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제주시에서 3만5785개에 대해서만 회수 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유통업체 관계자는 “반입금지 품목을 알지 못해 다른 식자재와 함께 반입된 것”이라며 “반입 당시 화물 확인 등의 검역 절차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항만을 통한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2015년 AI 발생 시에도 반입금지 지역 계란이 유통되는 등의 검역체계 허점이 되풀이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연례적인 가축 전염병 발생에 따른 검역체계 강화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특별 검역체계를 갖추기 위한 보완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는 “현재 인력으로는 제주항을 통해 들어오는 선박과 차량을 전부 단속하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특히 신고 없이 컨테이너로 반입될 경우 확인이 더욱 어려워 엑스레이 투시기 등의 장비 확충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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