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라는 용어
'대통령'이라는 용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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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왜 우리는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는가. 우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용어로부터 비롯되었다. 처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때부터이다.

‘대통령’이란 용어의 대안을 개헌과정에서 논의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임시정부는 ‘국무총리’ 제도였고 한성(漢城)정부는 ‘집정관 총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이 ‘무단으로’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사용하여, 안창호가 이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하였지만, 그 요청을 거부하였다.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바뀌어져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용어의 기원이 군사용어이고, 특히 일본의 정신과 혼이 깃든 용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식 한자를 설명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것이 바로 ‘대통령’이라는 용어라는 것이다.

우선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통령(統領)’으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통령’이란 중국에서 “청일전쟁 때 북양함대의 해군 정(丁) 통령과 육군 대(戴) 통령이 뤼순에서…”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통령’이라는 벼슬은 있었는데, 곧 조선 시대에 조운선 10척을 거느리는 벼슬을 ‘통령’이라 불렀다. 일본에서는 ‘통령’이라는 용어가 고대 시기부터 사용되고 있었다. ‘통령’이라는 용어가 ‘무문(武門)의 통령’, ‘사무라이 무사단의 통령’ 등 ‘사무라이를 통솔하는 우두머리’라는 군사적 용어로 사용되었다.

대통령은 한자로 ‘大統領’으로, 대통령의 ‘大(큰 대)’, ‘統(거느릴 통)’, ‘領(거느릴 령)’으로 이루어졌다. ‘왕(王)’이라는 용어보다 더 권위적이고 봉건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대통령이란 용어를 바꾼다면 임시정부의 ‘원수(元首)’로 사용되던 ‘국무령(國務領)’이나 ‘주석(主席)’이라는 용어가 떠오른다.

그런데 ‘주석’이라는 호칭은 ‘presi dent’의 본래 의미와 가장 가까운 장점이 있으나, 중국과 북한 등에서 사용하는 바람에 이미지가 좋지 않아 불가능하다. 중국과 북한, 베트남은 ‘국가주석’이고, 중화민국에서는 ‘총통(總統)’이란 명칭으로 사용하고, 영문으로 번역할 때는 똑같이 ‘president’로 번역된다. ‘president’의 본래 의미를 살려 단순히 ‘국가의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수사(首事)’라는 용어도 고려할 만하다. ‘수상(首相)’의 ‘수(首)’와 ‘지사(知事)’의 ‘사(事)’를 합하였다.

미국에서 ‘president’를 사용한 까닭은 ‘황제’나 ‘왕’이라는 용어 대신 민주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 ‘president’를 ‘대통령’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번역어이다. 자기 나라 최고 통수권자를 대통령으로 호칭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president’를 ‘총통’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타이완에서는 ‘총통’이라는 용어를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용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박정희 정권 당시 영구집권 시도로서 총통제가 거론되었던 역사로 인하여 ‘총통’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었다.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말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외치면서 독선의 정치,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일삼아 왔다.

이제는 과감히 개혁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국가 원로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한국적 정치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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