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의 시작, 26곳 아름다운 길의 출발점에 서다
제주 올레의 시작, 26곳 아름다운 길의 출발점에 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1.01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집의 올레이야기-1. 올레 제1코스(시흥~광치기) <1>시흥초등학교~알오름 정상(3.3㎞)
김창집

[제주일보] #제주 올레의 길을 연 ‘서명숙’ 이사장

올레길을 걷기 위해 제1코스 표지판 앞에 섰을 때, 불현듯 떠오르는 분이 있었다. 바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다. 그녀의 저서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을 보면, ‘23년에 걸친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길 위에 서서, 산티아고 길 위에서 고향 제주를 떠올리며, 그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제주에도 만들 수 있음을 깨닫고, 귀국 후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한 후 올레길을 열었다’고 한다.

2007년 9월 제1코스를 시작으로 2010년 8월까지 총 26개의 코스를 만들었다. 주로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는 코스와 작은 섬을 도는 코스, 곶자왈 같은 특별 코스도 열었다. 이렇듯 누구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전국에 둘레길 선풍을 일으켰고 이웃 일본에서까지 따라하게 됐으니, 우리 제주에 이런 분이 계시다는 뿌듯함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제주 올레길은 총 26개 코스로 조성됐다. 주로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는 코스와 작은 섬을 도는 코스, 곶자왈과 같은 특별 코스로 이뤄져 있다. 사진은 올레길 제1코스의 모습.

#두산봉으로 가는 길

옆에 따로 세운 ‘간세’ 표지석의 내용을 ‘느긋하게 즐기며 걸어라’라는 뜻으로 새기며 사진을 찍고 올레길로 접어드는데, 밭담 너머로 무밭이 펼쳐진다. 간혹 당근밭이 섞이긴 했으나 지난해와는 달리 온통 무밭천지다. 왜 성산읍과 표선면을 무 특산지라 하는지 이해가 간다. 어떻든 요즘 무가 비싸다고 하니, 제값을 받고 오랜만에 농부의 주름이 펴지기를 기대해본다.

다음에 눈길을 끄는 것은 밭담에 푸르게 솟은 송악이다. 송악은 중부이남 표고 800m 이하의 산록이나 울릉도를 비롯한 난대림 지역에 자생하는 상록의 덩굴식물로 담장이나 나무에 오르길 좋아한다. 이제 꽃이 져서 열매를 키우고 있는데, 잎을 노루가 좋아해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먹을 것이 없을 때, 이걸로 겨울을 넘긴다고 한다.

그 아래에 자라는 수선화를 보니 꽃대에 매달린 게 꽃이 아니다. 꽃봉오리가 작게 여러 개로 나뉘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다른 곳은 12월 초에 피기 시작했는데 이곳은 모두가 그 모양이다. 꽃봉오리가 막 생기기 시작할 때 기온이 내려가면 그렇게 되는 걸로 보인다. 오름 입구에 심어놓은 것들도 다 그러니, 그 꽃향기를 맡을 수 없어 아쉽다.

 

#두산봉은 지질학의 보고

올레 안내소에 들러 인사를 하고 나와 바로 두산봉으로 오른다. 표고 126.5m, 둘레 3631m의 원형 오름으로 ‘말미오름’이라고도 하나 그 뜻은 분명하지 않다. 김종철 선생은 그의 저서 ‘오름 나그네’(1995)에서 두산봉을 ‘종달리 쪽에서 보면 초록의 긴 탁자 위에 등산모 하나 얹어놓은 것 같고, 시흥리 쪽에서 보면 험상궂은 괴물의 머리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흙이 드러난 곳에 잘 발달된 층리를 가지고 있는 걸로 보아 바다 속에서 솟아올라왔음을 증명해주며, 제주섬의 형성 과정을 밝혀 줄 지질학의 보고라 했다.

‘제주의 오름’(제주특별자치도, 1996)에는 ‘두산봉은 얕은 바다 속에서의 화산 분출활동에 의해 응회환의 퇴적층이 형성된 후에 퇴적층 자체의 성장과 함께 융기활동에 의해 기생화산체의 환경이 수중에서 육상으로 변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어서 계속된 분화활동은 화구가 직접적인 물과의 접촉이 차단된 육상 환경으로서 소위 스트롬볼리식 분화활동에 의해 화구구인 스코리아로 이뤄진 새로운 분석구를 만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산봉에서 바라본 들판과 시흥마을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곳

거의 소나무로 덮여있는 두산봉은 이미 재선충으로 인해 이미 많은 개체수가 죽어가고 있었다. 이를 막으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지만 별 대책이 없어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두를 베어내 약품처리는 못 하더라도 당장 보기 싫은 것이 탈이다. 자연현상으로 보아 그냥 놔둬도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능선을 걸어 나가니 동북쪽으로 환히 트이고 전망대가 나타난다. 첫눈에 들어오는 게 지미봉과 우도이고, 성산일출봉과 식산봉도 여전하다. 오른쪽으로 섭지코지, 소수산봉, 대수산봉이 햇빛을 받아 더 뚜렷하게 보이고, 뒤로 한라산이 굽어보고 있다. 그 앞으로 총총히 들어앉은 영주산과 좌보미, 용눈이, 다랑쉬, 둔지봉이 정답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들판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난해 안개 속으로 얼핏얼핏 보이던 검은 돌담으로 두른 밭들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지금 겨울인데도 파랗게 수놓아진 벌판도 그에 못지않다. ‘한반도 언덕’이라 이름 붙여진 밭의 온통 푸른 초록빛을 보며 지극히 평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종달리와 시흥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을 보며, 고향집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을 느낀다.

 

#어머니 오름보다 높은 알오름

능선에서 내려와 알오름으로 향한다. 지난해 왔을 때 맹꽁이가 울던 조그만 못은 아직 잠잠하다. 길섶에는 자금우가 가끔씩 빨갛게 열매를 내보이고, 이장해버려 파헤쳐진 채로 있는 무덤들도 더러 보인다. 처음 저 무덤에 묻힐 때는 명당이랍시고 자리를 보아 많은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묻고 오랜 기간 벌초를 해왔을 터이지만, 요즘은 후손들이 이곳까지 오는 게 불편하다고 가까운 곳으로 모은다든가, 벌초가 하기 싫어 화장해 보관하거나 뿌려버린다니, 편한 것만 좋아하는 세태를 원망해야 할지.

알오름은 보통 본 화산체에서 분리돼 다시 솟은 분석구를 말한다. 다 그런 건 아니더라도 본 화산체보다 작고 둥근 형태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두산봉 알오름은 높이가 본 화산체보다 53m 더 높은 게 특징이다. 알오름엔 소나무가 적은 편이어서 풀밭이 도드라진다. 정상에선 한라산이 막힘없이 보이고 구좌읍 고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